-구로서 해명자료 냈지만 여경 무용론으로 비화 -이수역 폭행, 강남역 살인사건 등 이슈마다 남녀 갈등 격화 -전문가 “본질 짚지 못한 채 소모잭 논쟁만”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대림동 여경 주취자 대응 논란이 남녀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남녀갈등 프레임은 매 사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수역 폭행 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등 사건이 발생하면 남녀프레임이 씌워지고 여론이 극단적으로 나눠져 서로를 향한 ‘혐오 발언’이 오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남녀갈등은 결국 본질을 짚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림동 여경 논란은 인터넷에 한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달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술에 취한 중년 남성 2명이 남녀 경찰 2명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1분59초짜리 영상 속 난동은 이달 13일 오후 9시50분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한 식당에서의 일로,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붓는 중년 남성 A 씨가 남자 경찰의 뺨을 때리고 또 다른 남성 B씨가 여경을 밀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이 올라가자마자 해당 여경이 피의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무전으로 지원요청만 하는 등 대응이 미숙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마 관할경찰서인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17일 전체 영상을 공개하며 “출동한 여경이 남성을 제압하고 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찰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경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경찰이 술취한 남성도 제압하지 못하느냐며 ‘여경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에선 ‘차라리 경찰견을 늘리라’, ‘여경은 세금 기생충’이라는 등 혐오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의도적인 여성혐오적인 시각’이라며 반박하는 목소리도 크다. 주취자는 남자 경찰도 이를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경찰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이수역 폭행사건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치열한 공방을 벌였었다. 일반적으로 폭행 혐의는 누가 물리적인 피해를 더 크게 입었는가가 중요하지만 당시 여론은 누가 먼저 여혐ㆍ남혐발언을 했는가를 두고 나눠 싸웠다. 소모적인 논쟁에는 ‘여성 (혹은 남성)이 맞을 만 했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왔었다.
강남역 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016년 5월1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근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됐었다. 여성들은 ‘여성을 노린 여혐범죄’라며 포스트잇을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단순한 살인사건인데 지나치다”며 조롱하는 목소리도 컸었다.
전문가들은 남녀 갈등 프레임이 사건의 본질을 짚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남자경찰이든 여자경찰이든 국민의 안전과 치안을 담당하는 전문가로 봐야 하는데 무조건 남녀의 싸움으로 번지는 게 안타깝다”며 “과연 현장에서 적절했느냐 아니냐는 상황이 끝나고 난 다음 봐야 할 문제인데도 짧은 동영상 한 개를 두고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경찰의 공권력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가, 경찰이 시민을 제대로 제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가 등에 대해 냉철하게 논해야 하지만 논쟁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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