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태영 수원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염태영 수원시장이 복지대타협 구상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자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현금살포 복지정책이 도를 넘어섰다. 결국 모두 무너진다” 고 말한 기사를 접했다고 했다.

염 시장은 평소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바로 정원오 구청장에게 전화해 소신 발언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공론화해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바로 뜻을 함께하는 몇몇 지자체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두 차례의 논의를 거쳐 지난 4월 12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총회에서 협의회 산하로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만장일치로 가결,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지자체 현실이 어떻길래 여러 지자체들이 의기투합하게 된건가?=기초 시·군·구들의 재정자립도 평균이 26%이다. 자체 재원으로 인건비조차 해결 못하는 곳이 절반을 넘는다. 가장 큰 압박 요인이 복지비 부담이다. 수원의 경우, 사회복지 예산액이 일반회계 기준 43%를 차지한다. 국가의 복지예산 확대로 지방정부의 복지비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동수당 만6세→만7세, 기초연금 월 20만원→월 30만원) 우리나라가 OECD 수준에 비추어 여전히 복지비 부담이 낮고, 사회복지는 꾸준히 증가해야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재원분담이다. 국가사업을 지방에 전가한다. 전 국민에게 차별 없이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는 국가사무로 예산도 국가가 100% 부담해야 한다. 8:2, 7:3 하는 식으로 매칭사업으로 지방에 던지는 게 문제인 것이다.

한 술 더 떠, 최근 들어 지방정부들이 경쟁적으로 현금성 복지사업들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옆 도시가 얼마 얼마 주면 바로 민원이 폭주한다. 우리는 왜 안주냐는 식이다. 현금성 복지사업은 현금지급이라는 직접성 때문에 시민들 체감도가 굉장히 높다.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상당히 힘들다. 기준과 원칙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점에 많은 단체장들이 공감한 것이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는 지방정부들이 주도적으로 다양한 복지사업들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마찰도 있었고 사회적으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조가 바뀐 것인가?=그렇지 않다. 국가가 국민의 인간적 삶의 존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해야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수원시만 해도 지난 해 ‘복지시민권’이라는 시정목표를 제시하고 더욱 탄탄한 복지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지대타협위원회 구성의 문제의식은 복지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질서를 바로 잡자는데 있다. 중앙정부가 책임져야할 영역과, 광역과 기초 지방정부가 맡아야 할 역할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시행중인 기초연금과 유사한 형태로 기초가 지원금을 더 얹어서 지급하는 건 중복지원이다. 기초 지방정부는 다른 형태의 사회서비스 정책을 발굴하고 재정을 써야한다.

▶조금 예민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다. 현금성 복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분이 이재명지사이다. 성남시장 당시 청년배당 등으로 복지 논쟁을 촉발시켰고, 현재는 도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현금성 복지 재고라고 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데 있어서 경기도 내 단체장으로서 부담은 없는가? =이재명 도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으면서 선도적으로 펼친 많은 복지 사업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우리사회의 복지 담론수준과 복지정책의 확산성에 기여했다는 점은 크게 인정한다. 문제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재원배분이다. 현재 경기도가 추진 중에 있는 많은 신규 사업들이 기초 지방정부와의 매칭사업들이다.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장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매칭 예산에 투입하기 위해 지역마다의 특수한 상황에 입각한 진짜 지역맞춤형 사업들을 수립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면 문제 아닌가? 이렇게 막대한 재정을 수반하는 복지사업들이 매칭예산으로 떨어지면 기초 지방정부들은 해당 주민들의 복지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 제공하는 복지 정책의 최종책임자가 아니라 단순 중간 전달자에 머무르고 만다. 이재명지사와는 시장시절 지방재정 분권을 위해 중앙정부와 맞서 함께 싸웠던 경험이 있다. 기초 지방정부들의 재정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계신다. 이 지사 복지정책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그 것의 시행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것을 이해하실 것이다. 함께 협력해 풀어나가겠다.

▶오늘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앞으로 과제는?=오늘 15개 권역별 대표 단체장들이 참여한 가운데 간사로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임명했다. 오늘 대략적인 향후 일정과 주요한 과제들이 논의됐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전국의 226개 기초지방정부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현금성 복지’에 대한 개념 정의를 분명히 하고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되, 획일적 적용이 아닌 지역별 특수한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이거나 시행 예정인 현금성 복지사업들을 전수조사를 통해 효과성을 검증할 것이다. 잘된 사업은 국가 사업으로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실효성이 없는 사업은 ‘일몰제’를 적용한다. 이에 대한 구속력을 확보하는 문제도 연구과제이다. 중앙정부와 협의를 통해 법제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까지 오는데 중앙정부와의 사전교감이 있었는가=A 담당 부처의 관심이 크다. 사실 중앙부처는 기초 지방정부가 수립하는 신규 복지사업에 대한 사전감독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면, 이번 정부에서는 미온적이다. 복지 강화와 지방분권 강화라는 사회적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기초 지방정부들이 나서서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서 좋은 협력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중책을 맡으셨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기초 지방정부가 제대로 서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클 수 있다. 수원시는 전국 226개 기초 지방정부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도시이고, 특례시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3선 시장으로서 남다른 책임과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다. 산적한 일이 많음에도 준비위원장 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기초 지방정부들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통해 대한민국 복지정책 큰 틀을 재정립할 수 있다면 책임성에 기반 한 자율이라고 하는 자치분권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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