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반대”사흘째 주총장 점거 경찰, 시너 2통·쇠파이프 19개 압수 노조측 “현수막·천막에 사용 용도” 30일 대우조선해양 노조합류 ‘고비

현대重 노조 차량서 나온 쇠파이프와 시너.
현대重 노조 차량서 나온 쇠파이프와 시너.

현대중공업 노조가 물적분할(법인분할) 주주총회 장소를 사흘째 점거한 가운데 노조원 차량에서 시너와 쇠파이프 등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주총 하루전인 30일엔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영남권 민노총 조합원들이 점거 농성에 합류할 예정이어서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9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밖으로 나가던 노조원 차 안에서 20ℓ 시너 2통과 쇠파이프 19개가 사측 보안요원에게 적발됐다. 사측은 경찰에 이를 신고했으며 경찰은 출동해 시너와 쇠파이프 등을 압수했다.

노조 측은 “시너는 현수막이나 깃발에 페인트로 글씨를 쓸 때 사용하고, 쇠파이프는 천막 지지대로 사용하기 위한 용도다”는 입장이다. 노조원들은 이에 앞서 회사 소유인 롤 형태 등 비닐 9개와 청테이프 70개 등을 농성에 사용하려고 회사에서 밖으로 가지고 나오다가 적발돼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통해 범죄사실이 있으면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 수백명은 지난 27일 오후 3시30분경 주주총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기습 점거해 사흘째 점거농성을 이어갔다. 오는 31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법원이 주총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자 노조가 주총장을 사전점거한 것이다. 울산지법은 27일 현대중공업이 전국금속노조·현대중공업 노조·대우조선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지만, 노조는 주총일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또 전날 오전 8시부터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점거 이틀째인 28일엔 회사 관리자 120여명이 한마음회관으로 찾아가 농성을 해제하고 퇴거할 것을 요청하면서 대치, 한 때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흰색 안전모를 쓴 관리자들이 한마음회관 진입로로 들어오자 농성 중이던 조합원 수백명이 소리를 지르는 등 순간 크게 술렁였다.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 기동대 병력도 충돌에 대비해 양옆에서 긴급히 상황에 대비했지만, 10여분 가량 대치하다가 관리자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주총 하루전인 30일 오후 5시부터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영남권 민노총 조합원들이 한마음회관 점거농성에 합류할 예정이어서 또 한번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박2일 동안 집회를 열고 주주총회를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장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해산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측이 지난 27일 시설물보호를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경찰력을 투입해서 무단점거라는 불법행위를 해소하는 데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떤 위험물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다.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노사 충돌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19개 중대 2000명가량을 농성장 주변에 배치했다.

노조는 회사가 물적분할되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에, 부채는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려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노조 활동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적 분할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기존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으로 바뀌고,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새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때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본사를 어디에 두느냐가 노사갈등의 핵심이다. 이에대해 회사는 고용안정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하고 노조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울산=이경길·박병국 기자/hm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