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와 오너간의 이해상충은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주주소송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산하 자회사들의 사업이 퇴사한 오너의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구태적인 기업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KB자산운용이 최근 ‘엔터 왕국’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을 겨냥해 게재한 주주서한의 일부다. KB자산운용은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4위 규모다. 수많은 일반투자자를 대신하는 KB자산운용이 에스엠을 공개 비판하는 데엔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4월 초, 에스엠의 지분 5.06%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4월 30일(6.60%), 5월 31일(7.59%) 연이어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가치투자 명가’로 꼽히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이미 에스엠에서 5%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뒤이어 이번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에스엠 주식을 일부 처분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 11억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이며 다시 5% 이상 지분을 확보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운용자산 규모로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표주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분을 높인 건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덩치가 큰 대표급 공모펀드까지도 에스엠을 주목한다는 측면에서다. 에스엠 논란 차원을 넘어서, 국내 주요 대형 공모펀드사가 행동주의로 크게 한발 다가서는 느낌이다.
3개 운용사가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한다면 에스엠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도 에스엠에서 8%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갈등이 본격화할 경우 국민연금도 비공개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2~5대주주의 보유 주식을 모두 합치면 지분율은 약 26%. 최대 주주 이수만 에스엠 회장(지분율 19.04%)보다 입김이 강하다.
에스엠을 상대로 한 주주행동에 KB자산운용 외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합류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에스엠 측이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해명이 전부라면 전선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이 문제시 삼은 것은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인세가 지불되는 방식이다. 현재 라이크기획은 에스엠이 올리는 별도 매출의 6%가량을 인세로 받아가고 있는데, 이는 에스엠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첫째, 매출이 커질수록 이익이 커지는 이수만 회장과 순이익 및 배당성향이 커져야 이익이 커지는 기타 주주들간의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진다. 둘째, 이수만 회장이 회사 이익보다는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별도 매출만 커지면 되는 이수만 회장의 입장에서는, 호텔리조트나 레스토랑 등 주요 자회사들이 기록하고 있는 대규모 적자를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에스엠 측이 내놓은 설명은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이 동종 업계 사례 등을 면밀히 비교ㆍ분석해 적정한 기준으로 체결됐다”가 전부이다. 기업-투자자 간 분쟁 상황에서 대부분 “주주가치 제고 이벤트가 될 것” 정도의 입장만 담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이번엔 답답했던 모양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도한 인세가 아닌 공정한 인세에 대한 여부를 한번은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수만 회장이 얼마를 받아가든 상관 없으니, 최소한 공정성 여부에 대해서라도 시원한 답을 내야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읽혔다.
에스엠 사태는 여러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엔터 왕국’의 명성 앞에 ‘주주친화’ 타이틀을 더하기 위한 이수만 회장의 결단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국내 주요 공모펀드사의 행동주의도 향후 자본시장 업계가 주목할만한 변화다. 에스엠의 실제 변화까지 이끌어낸다면, 국내 자본시장 역사 상으로도 기록할만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여러모로 이 회장의 결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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