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스페이스 A 원년 보컬 김현정이 20년 만에 솔로로 나섰다. 전성기 시절에도 누군가 꿈이 뭐냐 물을 때면 ‘현모양처’라 답했던 그다. 스페이스 A가 대중 앞에 나섰던 JTBC ‘슈가맨’ 전까지만 해도 대중이 전성기 시절 가장 예뻤고 가장 노래를 잘 하던 때의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의 무대가 김현정이란 이름을 다시 가수란 직함 앞에 세웠다. “그래, 내가 이래서 가수를 했지” 무대에 올랐던 순간 느껴진 전율과 몸이 기억하는 감각들을 따라 김현정이 돌아왔다. 결혼 12년차, 11살 아들과 8살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그는 가수로, 엄마로 살아가는 지금 가장 행복하다. 00일, 신곡 ‘헤어지는 날 비가 내리면’을 발표하고 대중 앞으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무려 20년 만에 솔로로 대중 곁에 돌아왔습니다“‘슈가맨’이 아니었더라면 평범한 주부로 지내고 있었을 겁니다. 사실 ‘슈가맨’ 섭외요청 때 나가지 않으려 했어요.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았고, 18년 전 나에 대한 대중의 기억, 그 환상들을 굳이 깨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막상 출연하고 보니 있는 그대로, 지금의 나를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더욱이 무대 위에서 내가 왜 가수였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껏 아이들 육아에 혼신을 다하다가 공연하는 것,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내 이름으로 있는 순간들이 모두 새로운 에너지가 됩니다”▲ ‘슈가맨’ 당시 옛 멤버들과 함께 출연했는데 함께가 아닌 솔로로 나온 이유가 궁금합니다“동생들과 같이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다들 각자의 삶이 있어서 여의치 않았어요. 솔로로 나선 이유 중 하나는 함께 활동하는 때를 고려한 것도 있어요. 내가 먼저 출격해서 활동하고 대중의 기억을 꺼내고 길을 열어두면 언젠가 동생들과 함께 활동 하는 때 조금 더 수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솔로 활동을 해도 공연하거나 하면 스페이스A 때 히트곡들을 부르게 돼서 제이슨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다른 래퍼와 무대에 서는 것보단 함께 한 멤버와 서는 게 더 좋기도 하고요.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느낌이랄까요(웃음)”▲ 오랜만의 무대,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많이 재밌어요. 슈가맨 이후로는 다 재밌습니다. 아이들 육아에 매어 있다가 무대 위에서 공연하고, 하는 게 에너지 요소가 됩니다. 일반 가정주부들은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 활동을 시작하며 오히려 ‘슈가맨’ 때보다 긴장하게 된 점도 있어요. ‘나는 가정주부인데 못하면 어때’하고 노래했었는데 이후 스케줄이 잡히고 나니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잘 못하게 되더라고요. 40대에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고, 예쁜 척 섹시한 척 하는 게 어색했어요. 한참 어색했다가 이제야 적응이 된 느낌이에요”
▲ ‘헤어지는 날 비가 내리면’은 20년만의 솔로곡입니다. 곡을 선별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비가 오는 날 이별하는 상황에서 비가 그치면 상대와 관계가 완전히 정리됐으면 하는 마음을 그린 곡이죠. 십여 곡 중 신중하게 결정했어요. 사실 제 느낌대로 골랐어요. 원래 남자키였던 곡인데 나와 잘 맞겠다 싶어서 여자키로 바꿔봤죠. ‘헤어지는 날 비가 내리면’을 먼데이키즈 이진성, 한상원 씨가 만들어주셨는데 여자키로 바꾼 곡을 듣더니 ‘이 곡이 이런 느낌이었구나’ 할 정도였어요. 창법도 나와 맞았어요. 무턱대고 내 노래와 상관없이 요즘 노래 유행으로 갈래요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동료 가수들 있을까요? 그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그 당시에는 다들 친했는데 이제 각자 생활이 바빠서(웃음). 자주 연락하는 동료들의 신곡에 대한 반응은…‘노래 잘하네’ 였어요(웃음). ‘괜찮네’라면서 ‘네가 잘 돼야 나도 같이 잘 되지’라고 말해줬어요” ▲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스페이스A 첫 제작자인 드림오브베스트 이병두 대표가 함께 손잡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슈가맨’도 대표님을 통해서 연락이 왔던 거고 이후 방송들도 모두 대표님이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사실 앨범을 내기 전에 공연이 하고 싶어서 개별 활동을 하기도 했거든요. 그 사이에도 계속 응원해주고 도와주고 업무 관계라기보단 인간적 관계로 거듭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만나면 스페이스A가 잘됐던 추억에 뭉클해하세요. 대표님 덕에 잘 된 거였죠. 당시 샵, 코요태, 스페이스A가 만나면 우리가 항상 밥 사주고 차비 대줄 정도였으니까요” ▲ 소위 잘 나가는 상황에서 활동을 접은 이유가 무엇인가요“스스로 자만했던 거죠. 동생들 챙기기도 버거웠지만 무엇보다 활동 때문에 학교에서 학사경고가 뜨니 구석에 몰린 느낌이었어요. 먼 길을 돌았지만 이제야 내가 해야 할 일은 노래하는 것이구나, 노래할 때 가장 행복했구나를 느낍니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기다려준 팬들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네 정말 고마운 분들이죠. 1집 활동을 뒤로 하고 팀을 나왔을 때 다음 카페에 ‘현정이를 기다리는 돌하르방’이란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돌하르방처럼 묵묵하게 기다리겠다는 뜻이었어요. 활발하게 정모도 하고 글도 남기고 했었는데 점점 팬 활동이 줄어들다가 ‘슈가맨’ 이후 다시 활발해졌더라고요. 개인적 친분까지 생긴 운영자 분이 어느 날 ‘카페에 들어가보라’더라고요. 활발해진 모습에 무척이나 뭉클했어요. 많은 분들이 돌하르방처럼 돌 될 뻔 했는데 돌아와줬다고 반겨줬어요. 솔로 앨범을 내기 전에도 ‘18년을 기다렸는데 좀 더 못 기다리겠냐’고 여유로운 반응을 보여줘 고마웠죠. 다른 SNS 활동도 딱히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데 찾아오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어요.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도 아닌데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것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노래할 수 있는 날까지 계속 노래하고 싶어요”
▲ 신곡과 함께 화제가 된 곡이 있어요. 수많은 실력파 보컬들이 커버한 박효신이 ‘굿바이’를 무려 5키나 높여 불렀더라고요“활동하지 않았던 동안 박효신 ‘바보’, 빅마마 ‘체념’같은 옛날 노래만 들었어요. ‘복면가왕’ 때도 더원 오빠랑 통화하다가 김현정의 ‘멍’을 불렀어요. 더원 오빠가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고 그냥 나가’라면서 그 노래를 말해줬죠. 나중에 방송을 보는데 내가 너무 옛날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보다 최신곡으로 골랐는데 박효신 씨를 워낙 좋아하기도 해요. 팬입니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내 키를 높여본 것도 있고요”▲ 공백기가 길었던 가수들의 경우는 목이 망가진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것 때문에 팬들이 실망하는 일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김현정 씨는 목 상태가 전성기 때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음. 스스로 목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20대 땐 자고 일어나자마자 무슨 노래든 다 불렀어요. 스페이스A 노래들은 지금도 어느 때고 가능한데 스스로는 완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비결은 딱히 없지만 목사님과 결혼해서 술을 안 마시는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또 어떤 분은 그동안 노래를 안해서 목이 냉동보관상태가 된 것 아니냐고 좋은 말씀도 해주시더라고요”▲ 남편분의 도움도 컸던 거군요. 사실 꿈이 현모양처였다고 말했었고 지금까지 살림에 열중해왔는데 컴백하는 것에 남편 분은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합니다“신랑이 ‘슈가맨’ 전에는 활동하는 걸 달가워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슈가맨’ 이후에 노래 연습하고 간간이 공연하는 걸 보면서 에너지를 찾았다고 생각해주더라고요. 일상에서 벗어난 내가 내가 집에 와서도 더 열심히 하니까 그 모습이 좋았다고요. 만약 집에 와서 밥도 안하고 살림을 소홀히 했다면 달랐겠죠. 그러지 않고 양쪽에 더 열심히 하니까 본인이 많이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원래부터도 많이 도와줬어요. 가정주부였을 때나 일할 때나 잘 도와주는 남편이에요. 굉장히 다정하고 잘 챙겨주고 가정적이고 애들하고도 잘 놀아주고. 결혼 12년차인데 여전히 달달해서 다들 아직도 신혼 같다고들 해요”▲ 애정이 뚝뚝 묻어나네요. 부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면 재밌을 것 같아요 “글쎄 우리 부부가 나간다고 재미있을지 모르겠어요. 워낙 평범해서(웃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섭외가 왔었는데 우리랑은 잘 안맞다고 생각했어요. 사이가 워낙 좋아서(웃음). 대부분 토크쇼도 남편 단점 얘기하는 위주라서 난 얘기할 게 없어서 고사했죠”▲ 아이들이 11살, 8살이라고요.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았을 텐데 놀라진 않던가요?“사실 그동안 애들에게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딱히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슈가맨’ 이슈가 워낙 크더라고요. 학교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왜 얘기 안했냐’고 물을 정도고. 그 방송 이후부터 ‘우리 엄마가 가수구나’하고 생각하는데 거의 유재석 씨 급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엄마가 가수라니 정말 좋아하는데 매일 나가는 건 싫다고 해요. 아, 그리고 꿈이 가수가 됐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첫째가 아들, 둘째가 딸인데 딸이 거울보고 춤추는 걸 원체 좋아했어요. 그래도 가수하고 싶다는 말은 안하던데 가만히 있던 첫째가 어제 갑자기 가수가 되고 싶다더라고요. ‘정말? 알겠어’라고 담담히 반응하긴 했는데 현실적으로 조금 걱정은 돼요”▲ 요즘 가요계를 보면 더 걱정이 될 법도 합니다. 현재 가요계는 각종 범죄 혐의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요계 선배로서 바라보는 심정도 남다를 것 같아요“우리 때완 정말 달라요. 일단 오픈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요. 동시에 이 시대에 아이돌을 하려면 착한 인간으로 거듭나야 될 것 같아요. 아이돌은 가식적으로 하긴 너무 힘든 거라서 만약 나쁜 사람이 아이돌이 되려면 아예 새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솔직하고 숨기는 것 없는 성격, 그리고 기본적인 선만 지키면 잘 헤쳐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련의 논란들을 보면 무서운 게 없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연예인은 선망의 대상이고 그들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대중에게 전해지는 것도 있기 때문에 영향력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걸러지는 게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합니다”▲ 다시 돌아온 김현정에게 ‘가수’란 어떤 의미입니까?“솔직히…아직까지 내가 가수다, 나는 연예인이다 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내 기준에서 가수는 거리의 10명 중 9명은 알아봐야 가수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10년 이상 한길만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너 가수잖아’ 해도 웃게 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패티킴, 노사연 선배님처럼 꾸준히, 대중에 폭넓은 사랑을 받는, 오래도록 팬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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