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성연진 기자] ‘전통과 자존심 VS 욕망과 갈구’

명품업계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세계 명품 산업의 독보적 1위 메이커이자, 프랑스에 거점을 둔 LVMH 그룹은 명품업계 탐욕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패션 브랜드인 ‘루이뷔통’과 코냑제조사인 ‘모에&샹동 헤네시’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LVMH 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가족 비즈니스’, ‘유럽 중심’이던 명품 산업을 ‘인터내셔널’ 산업으로 확대시킨 주인공이다. 패션을 비롯해 와인, 향수, 화장품, 시계와 보석, 호텔까지 66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85억 달러, 영업이익 80억 달러로 이익 규모가 세계 완성차 회사 ‘빅5’인 현대차와 맞먹는다. 펜디 등 이탈리아 명품 업체들까지 차례로 집어삼키며 산업판도를 바꿔왔다. 하지만 LVMH는 최근 에르메스에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최근 프랑스 법원의 중재에 따라 LVMH는 에르메스에 적대전 인수를 포기했다.

2001년부터 비밀리에 에르메스 지분 4.9%를 매입한 후, 주식 스와프 등을 통해 몰래 지분을 17.1%까지 늘린 LVMH는 2010년당시 회장이었던 장 루이 뒤마가 세상을 뜬 지 5개월만에 지분 보유를 발표했다. 에르메스는 ‘우리 정원에 난입한 침략자’라고 했지만, LVMH는 아랑곳하지않고 지분을 23.2%까지 늘렸다.

에르메스는 가족 지주회사 H51을 2011년 설립해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의 6대손 40명 중 10명이 회사에 합류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악셀 뒤마도 이 중 한 사람이다.

이로써 LVMH가 꿈꾸던 세계 명품 업계 장악은 ‘에르메스’라는 복병을 맞아 세계 함락에 실패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자존심도 구겨지게 됐다.

LVMH에는 현재 루이 비통(Louis Vuitton), 셀린느(Celine), 펜디(Fendi), 로에베(Loewe),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지방시(Givenchy), 겐조(Kenzo) 등 15개 브랜드로 이뤄진 패션 사업 부문.

또 다른 한 축이 모에 샹동(Moët & Chandon), 돔 페리뇽(Dom Pérignon), 헤네시(Hennessy & Co) 등 24개 브랜드로 이뤄진 ‘와인&주류’ 섹터를 비롯해, 월드컵 공식 타임 키퍼였던 위블로(Hublot), 테그 호이어(Tag Heuer), 제니스(Zenith), 쇼메(Chaumet) 등 고급 시계 브랜드, 불가리(Bulgari), 드 비어스(De Beers) 등 귀금속 브랜드도 포함하고 있다.

부족할 것 없는 그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까지 에르메스를 손에 얻으려던 까닭은 뭘까.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은 38억달러로 LVMH에 크게 못미치지만, 두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매출과는 다르다. 시장조사회사 밀워드브라운에 따르면 에르메스의 브랜드 가치는 올해 루이비통의 가치를 100으로 했을 때 84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