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역보복 장기화 땐 국가신용도 타격 가능성
대외리스크, 산업에서 금융·자본시장 확산 우려
현재까진 경상수지 흑자·재정건전성 견실 평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일 양국과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파장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회정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와 유병희 국제금융과장은 지난 22, 23일 이틀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3대 신평사 국가신용등급 담당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홍콩에는 피치, 싱가포르에는 S&P, 무디스의 아시아사무소가 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신평사와 소통을 강화해 대외신인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현재 한국 신용등급으로 무디스는 'Aa2'(상위 3번째), 피치는 'AA-'(상위 4번째), S&P는 'AA'(상위 3번째)를 각각 부여하고 있다. 일본보다 각각 2단계 높은 것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 경제가 일본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평사들은 이번 면담 자리서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신평사 측은 "아직까지 일본 조치의 경제적 영향이 제한적이나, 향후 일본 조치가 심화될 경우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체계 및 세계경제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측은 먼저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김 차관보와 유 과장은 "일본의 조치가 과거사 문제를 경제와 연계시킨 보복조치로서 국제 무역질서에 위배되고, 주요 20개국(G20) 정신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적인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피해 최소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을 계기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임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신평사들은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판문점에서의 북·미 정상회동이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한국 측 의견에 공감하면서, 신평사들은 "국가신용등급 개선을 위해서는 지정학적 위험에 보다 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경제 부진에 대해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경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하며, 혁신과 생산성 제고 노력이 중요하다"고 신평사들은 강조했다.
기재부는 일본의 조치로 인해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지 않도록 전방위적으로 힘쓸 계획이다. 만약 사태 장기화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거나 부정적 전망을 내놓을 경우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 외환, 자본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가신용등급은 정부는 물론 국내 기업의 대외 채권발행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상수지 흑자의 GDP 비중이 4%를 밑돌거나 경제성장률이 2% 미만으로 둔화되는 등 일본의 조치로 인해 경제 지표 악화가 확인된다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당장은 이러한 가능성이 낮지만 향후 투자 심리가 나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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