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ㆍ신소연 기자] 지난 1주일간 급박하게 돌아가던 KB와 임영록 회장 사태가 우여곡절끝에 종착지를 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징계수위를 경징계에서 중징계(문책경고)로, 다시 직무정지라는 초강경 제재로 높이고 그럼에도 임 회장이 물러나지 않자 마침내 KB 이사회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임 회장의 든든한 아군이던 이사회마저 등을 돌리게되면서 임 회장은 결국 사퇴 수순을 밟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임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사태가 모두 종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금융당국과 KB로서는 큰 고개는 넘게된다.

▶금융당국 마지막까지 초강경 대응=금융당국이 지난 12일 임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KB금융의 ‘CEO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KB금융의 경영건전성 뿐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고객 자산 보호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시스템 안정과 국민 재산 보호는 금융당국의 본연의 의무”라며 “임 회장으로 발생한 KB의 CEO 리스크를 방치하면 지금보다 더욱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13일 금융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고,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했다. 정찬우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위ㆍ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을 구축하고, KB금융과 계열사에 감독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KB금융의 경영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한편, 직무정지 중인 임 회장이 회사의 지원을 받는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이에 금감원은 지주에 7명, 국민은행 등 전 계열사에 2~3명의 감독관을 즉각 파견했다.

금감원은 또 15일 임 회장 등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핵심 관계자 4명을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 사건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관련 임직원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된 상태다. 당국이 임 회장까지 고발한 만큼 검찰의 수사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의 사퇴 압박에…이사회도 돌아서=이번 KB사태에 뒷짐만 지고 있던 KB금융 이사회도 임 회장이 ‘직무정지’를 받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만나 KB금융 경영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 위원장이 말하는 ‘KB금융의 경영정상화’는 사실상 ‘임 회장의 사퇴나 해임’을 의미해 이사회가 임 회장을 해임 조치를 하도록 설득한 것이다.

이에 KB금융 이사회는 15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임 회장 사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 이사회는 KB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 가치 및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임 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사회가 해임을 결정하기 전에 임 회장이 ‘명예로운 용퇴’를 하는 것이 모양새를 갖출 수 있는 마지막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사회의 판단이다.

이사회는 임 회장이 계속 사퇴를 거부하면 오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해임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KB금융 이사회는 현재 임 회장을 제외하면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5명이 찬성하면 임 회장은 대표이사 직책을 잃게된다.

▶임 회장 ‘자진사퇴’ 할 듯=현재 임 회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최종 입장을 정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사퇴압박은 물론, 든든한 지원군이던 이사회마저 사퇴를 권고하자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한 상태다. 임 회장은 자신의 처지와 주변 상황을 종합 판단한 후 자진사퇴 형식으로 그만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그만둔다고 해서 여기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의 제심위는 물론, 금융위 직후까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의 신청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임 회장이 행정소송에 나서게 되면 확정 판결까지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법원이 임 회장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금융위로부터 ‘직무정지’ 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 후 행정소송으로 무죄를 확정받아 명예회복을 했다”면서도 “임 회장은 아직 무죄가 될지 알 수 없을뿐더러 명예회복을 하더라도 이번 정부는 지나야 재기가 가능할 듯”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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