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 알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 경쟁률 말이다. 112가구 모집에 1만2890명이나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115대1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를 해 주변 아파트 보다 많이 싸다. 3.3㎡당 분양가는 4750만원인데, 주변 아파트값은 5500만~6000만원 정도다. 전용면적 84㎡에 당첨되면 바로 팔아도 5억~6억원 시세차익이 생긴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10억원이상 차익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로또’ 당첨과 다르지 않다.
요즘 서울 강남 인기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계속 이런 식이다. 이달 청약접수를 받은 송파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엔 2만3565명이나 1순위 청약통장을 써 54.9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분양한 ‘송파 위례리슈빌’엔 3만2623명이나 청약해 70.16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했다. HUG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보다 수억원씩 싼 아파트가 나오니 사람들이 계속 더 몰리는 것이다.
강남권 아파트 청약 기록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모든 가구가 9억원을 넘기 때문에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금(분양가의 20%)과 중도금을 합해 전체 분양가의 80%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래미안 라클래시’에서 가장 작은 전용 71㎡ 기준으로도 최소 10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 ‘현금부자’들만 낄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서울’ 현금부자들만의 잔치다. 강남권 인기 아파트 청약은 거의 100% ‘해당지역’에서 마감된다. 경기도·인천 등 서울 인접 다른 수도권이나, 지방 거주자는 돈이 있어서 순서도 안돌아온다. 서울 거주자면서 현금 10억원 이상 가진 무주택자여야 노려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국토부는 최근 ‘9·13부동산대책’ 이후 1년간 성과를 설명하면서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자랑했다. 청약 당첨자 중 무주택자 비율이 전년 동기(94.4%) 대비 97.3%로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무주택자일까?
‘현금 많은’ 무주택자들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6541만원이다. 이는 경기도(3억5872만원)나, 인천(2억7136만원) 평균 아파트 가격보다 훨씬 높다.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3억6841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분양가 규제가 전체 집값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래미안 라클래시’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했다고, 삼성동 주변 집값이 떨어질리 만무하다. 정부도 인기지역에서 몇몇 새 아파트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왔다고 주변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혜택은 결국 당첨자들에게 돌아간다.
강남권 로또 아파트 당첨자 중 상당수는 부모에게 많은 돈을 물려받은 경우라고 한다. 이런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건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그저 바쁘게 살면서 내집마련을 하지 않은 서울 고가 전세 거주자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서울에서 5억원 수준의 고가 전세에 살면서 현금도 수억원씩 가진 사람들 말이다. 분양가 규제의 혜택을 이런 무주택자들에게 주는 건 바람직한 걸까. 이걸 무주택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jump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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