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정유 동북아평화재단 이사장 선조때 ‘잊혀진 역사’ 재조명 강조 해외정세·국내정치 난맥상 토로“정쟁보다 국가이익·안보 앞서야”

“420년 전, 선조 때나 오늘의 한국 정치 상황이 다를 것이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듭니다.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양쪽이 계속 싸웠잖아요. 일본이 쳐들어 오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말이죠.”

정유재란 재조명에 앞장서고 있는 김병연 임진정유 동북아평화재단 이사장(88·전 노르웨이 대사)은 최근 격변하는 동북아정세와 한국 정치의 난맥상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쟁보다 앞서야 할 게 국가의 이익과 안보이고, 무엇보다 힘을 키워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역시 약하니까 당한 거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역사가 보여주듯 ,이럴 때 피흘리는 쪽은 백성이다.

정유재란은 임진왜란의 연장선상에서 7년전쟁으로 묶여 존재가 희미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두 전쟁은 명백히 구분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치려고 하니 조선의 길을 빌리겠다는 ‘정명가도’의 전쟁이었다면, 1597년 다시 침입한 정유재란은 전라, 경상, 충청도 등 하삼도의 조선인 씨를 말려 일본인들이 살게 하려는 조선 정벌 전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죄없는 백성들이 살육당하고, 전리품으로 코와 귀가 일본 본토로 실려간 참혹한 전쟁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열두척의 배로 일본 수군을 섬멸한 명량대첩이나 명나라와 연합해 일본을 격퇴한 노량해전 역시 정유재란때 일어난 일이다. 치욕의 역사는 가려진 채 정유재란은 ‘잊혀진 전쟁’이 된 것이다. 정유재란을 끝으로 일본과 명나라도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국제전으로서의 중요성도 작지않다.

정유재란의 격전지였던 순천이 고향인 김 이사장은 정유재란 7주갑을 맞아 정유재란 재조명과 전적지 복원을 위해 지난해 뜻있는 이들과 재단을 설립했다. 그 첫 사업이 책 발간 작업으로, 한·중·일 학자 17명이 정유재란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한 ‘정유재란사’와 ‘잊혀진 전쟁 정유재란’을 펴냈다. 이를 현재 전라도 광주지역 210개 고등학교와 서울, 경기, 인천 919개 고등학교에 무료로 배포했다. 앞으로 1230개 고등학교에 배포하고 전자책으로 만들어 재단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할 참이다.

기념관에는 조선은 물론 일본, 중국 기념관을 짓고, 순천 앞바다에서 죽은 수많은 민초와 삼국의 무명 용사들의 죽음을 위로하는 무명기념관을 만들자는 게 기본 생각이다, 일본 기념관을 왜 짓냐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 삼국이 싸우지 말고 공동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바램을 담은 것이다. 간단치 않은 사업이지만 그는 그 꿈을 주위에 알리는 데 열심이다.

김 이사장은 “요즘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을 하는데, 420년 전, 당시에도 코리아 패싱이 있었다. 임진년 전쟁을 치른 뒤, 교착 상태에서 4년동안 명나라와 일본이 협상하는데, 전쟁터인 조선은 협상권도 없었다”면서, “그런 게 선조 때만 그랬냐하면 100여년 전에도 그랬다. 책을 통해 역사를 돌아보고 꺠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