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대책에 초긴장

이미 움츠러든 대출 ‘추가 압박’

내년도 성장성·수익성 악화 전망

강남권 중심 고객들 문의 쇄도

우량 중기 중심 대출확대 등 고심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라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대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등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이 나오면서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움츠러든 대출 시장에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지면서 사실상 내년도 성장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17일 금융위원회는 ‘12·16 부동산 대책’이 금융권에서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게 이날 금융권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금융권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금융위 금융정책과장, 금감원 은행감독국장, 금융협회 및 금융회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금융권 긴급 간담회에서 “초고가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규제는 바로 시행될 예정인 만큼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은행들은 전날부터 초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고객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북은 평소와 비슷한 오전 분위기지만 강남, 서초, 반포 등의 지역에서는 기존에 대출 상담받았던 고객들이 나 그대로 가능한거냐 바뀐건 뭐냐고 문의가 많다”며 “당국의 정책과 관련한 업무 가이드라인이 담긴 공문을 각 영업지점에 배포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당장의 혼란보다, 대출 규제로 인한 수익성과 성장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앞선 부동산 규제 정책과 은행권의 신 예대율 규제 등에 따라 이미 대출증가율이 낮게 잡혀있지만, 추가적인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는 한계에 부딪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8%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앞서 금융연구원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5% 중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5% 초중반으로 전망했다.

A은행 관계자는 “낮은 대출 증가율은 이미 내년 경영전략에 반영돼 있지만, 이번 대책에서 내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또 내놓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불확실성이 더 커져 세부전략 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출 자산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쟁심화는 예고된 수순이다. 저금리시대에 낮은 순이자마진(NIM)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파생상품 판매 규제 등으로 수익성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더해진 악재다.

B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에 영업기반이 강하다던지 지역별, 종류별 대출 자산 구성에 따라 은행별 온도 차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계대출 축소와 중기대출 강화 등으로 가는 흐름은 대동소이해 경쟁은 더 심해지고, 결국 수익성 하락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내년에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금융연구원은 내년 전망에서 혁신금융 강화 정책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으나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의 기업대출 확대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대출 수요를 추가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은행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은행업의 대출성장률을 4.5%로 제시했다.

오연주·이승환·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