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IBK기업은행 26대 행장으로 집무를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10년만에 다시 외부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됐지만, 윤 행장은 전임 관료출신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관료 출신 기업은행장은 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금감원 부원장 출신이 맡아왔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차관급이긴 하지만 사실상 장관급 이상의 무게를 갖는 자리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친 후 국책은행장에 임명된 것은 윤 행장이 처음이다.

윤 행장은 문재인정부 경제·금융 정책의 큰 뿌리인 ‘포용적 성장’, ‘혁신 금융’을 주도한 인물인 만큼 금융권 내 기업은행의 입지가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3번 연속 내부출신 행장들이 임명됐지만 정부 정책과 긴밀히 협업해야 할 국책은행으로서 대외적인 영향력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은행만 내부 출신 행장이 임명돼 왔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재무부 저축심의관실,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산업경제과장, 경제정책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은성수 현 금융위원장과는 행시 동기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경제정책국장을 역대 최장기간(30개월) 맡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경제금융정책에 실력을 인정받아 노무현 정부(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 이명박 정부(경제금융비서관), 문재인 정부(경제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근무경력만 3번이다.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명전권대사 등을 역임해 국제감각도 뛰어나다.

아직 활동 중인 경제관료 가운데는 최고의 실력자로 꼽힌다. 소신도 강해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경제금융정책을 주도했던 경제수석 재임 기간 동안 글로벌 저성장 흐름 속에 경제성장률을 2% 대로 대체로 선방했다.

윤 행장은 저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살엄판을 걷고 있는 만큼 취임식을 생략하고 당장 은행 업무에 매진할 예정이다.

현재 기업은행의 당면 과제는 중소기업은행 본연의 생산적 금융과 함께 내실 강화다. 현정부 들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은 타은행에 비해 더딘 행보를 보여왔다. 설상가상으로 초저금리로 예대 마진이 줄어들면서 은행의 근본적인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도 뒷걸음 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증자를 받았지만,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경우 본연의 중소기업 지원 여력도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윤 행장은 임명 직후 “중소기업이 단계적으로 성장하는데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