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입김에 3월주총 험로 예고

국내증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29개기업에 무려 5% 이상 지분 보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나란히 2대주주

지나친 경영간섭·소액주주 휘둘릴 가능성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에 이어 지난해 12월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도입 후 첫 정기주총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신년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하면서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등 적극적주주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에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14일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29개 기업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시총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에서 나란히 ‘2대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지분율은 각각 10.62%, 10.24%다. 시총 3위 네이버(NAVER)는 국민연금이 11.52%의 지분을 차지, 최대주주로 있다.

시총 5, 6위인 현대차(10.45%)와 현대모비스(11.13%)는 2대주주, 6위 셀트리온(8.11%)은 3대주주의 자리에 있다.

이어 LG화학(10.00%)과 LG생활건강(7.16%)은 2대, 삼성물산(6.96%)은 3대, 신한지주(9.95%)는 최대주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은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다양한 곳에 투자하기 때문에 유수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논쟁은 연금이 투자자를 넘어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부터다.

특히 정부도 올해 3월 주총시즌을 앞두고 스튜어드십코드 정착 의지를 재차 피력하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과 이를 찬성하는 사회단체 등은 스튜어드십 코드나 가이드라인이 주주 권리 행사의 일환이며 투자자인 국민의 자금 손실을 예방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매번 주총 때마다 불거지는 ‘자동거수기’ 논란도 극복해야 한다는 논거다.

외국의 경우, 영국과 캐나다,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홍콩 등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과도하게 기업 경영권에 관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해임을 건의하거나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반대하는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은 일종의 연성규범인데 상법상 재임중 이사에 대해선 주주제안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것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거나 대주주일 경우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은 당장 올해 주총 시즌부터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관변경이나 이사해임 요구 등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확대된다. 주주제안에서 기금운용위원회의 판단으로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 등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시행령 개정을 통해 5% 대량보유 공시의무(5% 룰), 10% 이상 주주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10% 룰) 완화 등도 올해 주총 시즌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5% 룰 완화 조치로 기관 투자자는 정관변경이나 임원 보수 등을 요구할 때 경영권 영향 목적이 아닌 경우로 인정받아 보고 의무가 완화된다.

연기금이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6개월 이내 주식 매매 차익을 반환토록 한 10% 룰 역시 국민연금에 한층 유리하게 완화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로선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방식이 확대된 셈이다.

국민연금의 경영참여가 늘어날수록 국민연금 전문성 여부도 논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막대한 자금을 통해 기업 옥죄기에 나선다는 비판도 재차 불거질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권 확대라는 스튜어드십 코드 취지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민연금이 전문성을 갖고 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며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스튜어드십코드를 활용하는지에 향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향방이 달렸다”고 전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