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 통과…수사·재판 관행 대변화
검찰 피의자 조서 증거능력 불인정 우려 증폭
경찰 수사종결, 이의제기 규정없어 문제 지적
‘14만 경찰 통제’ 숙제…자치경찰, 논의도 못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1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향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수직적이었던 검경 관계가 수평적 관계로 전환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데 공감하면서도 경찰에 대한 통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6년간 이어져 온 숙원을 푼 경찰은 이제야 검경관계가 정상화됐다며 환호하고 있다. 다만 비대해진 경찰권력의 통제는 숙제로 남았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제는 경찰 개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검찰청은 14일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며 그동안 검찰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충실한 의견을 드렸다”고만 밝혔고, 이외의 공식적인 반응은 내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정부입법안에 수정이 필요한 사안이 있음을 여러차례 말씀 드렸고, 일부 반영됐다. 그외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은 1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현행 형사소송법 뿌리가 1902년에 만들어진 일제 시대 조선형사령”이라며 “이후 1954년 형소법을 제정하면서 조선형사령을 그대로 인용했다. 108년만에 법이 바뀐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에 개정된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를 갖는 대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한 뒤, 범죄 혐의 여부를 떠나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야 했다. 앞으로는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 책임이 명확해져 국민의 이의 제기 대상이 명확해지는 등 국민 권익 보호에 충실할 수 있다”며 “현행 구조에서는 사건 관계인들은 불기소가 명백한 사건도 검사가 종결할 때까지 기본권을 제한받고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게 되는데, 경찰 단계에서 1차적으로 수사 종결이 이뤄지면 연간 약 56만명에 이르는 사건 관계인의 불안정한 지위를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형사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검찰의 경우 수사종결한 사건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재정신청을 하거나 항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다”고 우려했다.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해 90일간 자료를 볼 수 있지만, 초기 수사가 부실한 상태에서 보완수사가 이뤄지는 걸 기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장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이 정보와 독점적 수사권을 갖게 돼 경찰의 권한은 비대해지고 이를 견제할 장치는 없어지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관할 고등검찰청에 항고해 재기수사 명령이나 직접기소 항고기각 등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하면 이의를 제기할 규정이 없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특히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조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워진 점은 실무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권력형 비리·특수수사의 경우, 참고인들을 불러서 대질해서 조서 만들어도 법정가서 증언을 바꿀 가능성이 커진다. 주범이나 공범도 부인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이 그동안 공판중심주의라고는 했지만 조서에 의존한 재판을 했는데 이제 재판이 길어지면서 법원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됐다”고 했다.
경찰의 영장신청을 검찰이 기각한 경우 심의위원회를 거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을 강제수사의 위험에 또 한 번 빠뜨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검은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외부위원들에게 피의사실 및 압수수색 대상 등 수사내용의 일부 공개가 불가피해 수사기밀 유출 및 사건 관련 국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검경 관계는 ‘지휘’에서 ‘협력’으로 바뀌게 된다. 이와 관련, 개혁단은 “검사가 경찰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가 부당하더라도 정당성 여부를 다투지 못하고 무조건 따라야 했다”며 “검사의 부당 지휘에 대한 통제 장치가 전혀 없어 전관 예우, 검사 범죄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등 형사사법의 성역이 잔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 개혁은 과제로 남았다. 그동안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안 통과에 맞서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14만 경찰의 통제가 힘들어진다’는 논리를 펴 왔다. 수사 지휘권으로 그간 14만 경찰을 통제해 왔다는 것이다. 경찰 개혁의 한 방안으로 꼽히는 ‘자치경찰제’는 지난해 3월 법안이 발의된 관련 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경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형사사법체계가 이렇게 큰 틀로 바뀐 적이 없었다. 해방이후 법제도가 바뀐 것 중에서 아마 손에 꼽힐 정도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국·김진원·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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