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감시 · 사찰행위”…경찰 “정당한 법 집행 절차”
“수사 일환으로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한다면 해당 사건만 한정해야 하는데, 특정 기간에 벌어진 사적인 대화까지 모조리 다 압수한다는 게 문제죠.”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에 대한 경찰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단순히 피의자와 대화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수집한다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공권력감시대응팀 등 여러 시민단체는 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부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경찰서로부터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ㆍ수색ㆍ검증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 주체로 1일 오전 서울 정도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이 열려 정진우 만민공동회 제안자가 검찰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사찰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시민단체 주체로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진우 만민공동회 제안자가 검찰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사찰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통지서에는 경찰이 지난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정 부대표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돼 지난 7월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공권력감시대응팀 등은 이같은 압수수색이 “광범위한 감시ㆍ사찰 행위”라고 주장하며 자칫 정부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종로경찰서는 “법적 절차를 통해 영장을 발부받아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일 뿐 사생활 침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종로서 측은 “당시 정 부대표가 집회를 주도한 사실이 명백했음에도 휴대전화를 감추고 묵비권을 행사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돼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압수수색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매체 성격에 걸맞은 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요하다면 수사기관에서 카카오톡이나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할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와 사적인 내용들이 포함된 매체의 성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새로운 매체의 성격을 고려한 신중하고 엄격한 압수수색 요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검찰이 최근 사이버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국내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이 엿보인다.
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우려하는 이들 메신저 이용자들은 국내 메신저인 카카오톡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러시아의 모바일 메신저 앱 ‘텔레그램(telegram)’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해당 앱 사용자 평에는 “정부 피해서 사이버 망명 왔습니다”는 내용의 글이 수백여건 달려 있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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