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한반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명의 확진자와 수명의 사망자를 양산하면서 국가의 모든 관심을 신종 전염병에 쏠리는 모양새다. 아직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전염병의 최고 경보 단계인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그 이상의 공포감이 만연한 상황이다.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전염병은 병리·임상학적 연구에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생활까지 속속들이 파고들면서 사회나 경제 변혁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병을 피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행동 패턴의 반복되고 이것이 고착화되면 작게는 습관이, 크게는 사회 전체의 관습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류 최대의 팬데믹으로 기록된 흑사병이다.
흑사병은 지난 1347년에 발생한 후 3년 여간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게 한 급성 전염병이다. 당시 사람들은 부패한 공기가 문제라는 생각에 방향제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물건을 일정 기간 격리하는 검역의 개념이 처음으로 도입되고, 환자는 마을 밖에 있는 수용소에 있게 하는 ‘격리’ 조치도 시행됐다. 심지어 노동력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농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신분제도가 붕괴됐다. 400여년 이상 고고히 이어져 온 유럽 봉건제가 해체된 것이다.
코로나19가 흑사병 만큼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일상생활과 연관성이 높은 유통업계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였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일상화로 소비 패턴이 ‘언택트(Untact) 소비’로 빠르게 이동한 것이다.
지금까지 언택트 소비 주체는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1020으로 국한됐다. 하지만 이제는 5060까지 확대되며 보편화하는 모양새다. 먹거리는 직접 만져보고 사야 한다는 주부들도 온라인몰에서 신선식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덕분에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몰들은 하루 주문량이 30~40%씩 늘었고, 매장 매출이 주력이었던 전통 유통 대기업들도 빠른 속도로 온라인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언택트 소비의 확산은 사실 전염병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국내외 온라인몰들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글로벌 전염병 발병 이후였던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연매출이 3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메르스 발병 이후 1조원대로 ‘퀀텀 점프’를 했고 지난해에는 7조원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최대 유통업체인 알리바바 역시 사스(SARS) 발병 이후 매출이 5배 이상 급증하며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위의 ‘알리바바의 신화’를 시작했다.
유통업계가 직면한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물론, 습관의 변화로 언택트 소비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염병이 도는 ‘시대’를 탓하며 주저앉아 있기보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더욱 바삐 움직여야 한다. 기존의 노하우를 온라인으로 최적화하고, 온라인에서 ‘최적의 쇼핑 환경’을 만들기 위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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