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가 미국 전지훈련 중에 시간을 내 한 컷 촬영에 임했다.
이보미가 미국 전지훈련 중에 시간을 내 한 컷 촬영에 임했다.
올해부터 이보미는 한국 브랜드의 옷을 입고 일본 투어에서 활동한다.
올해부터 이보미는 한국 브랜드의 옷을 입고 일본 투어에서 활동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투어 14년 차인 이보미(32)를 강남의 스튜디오 촬영장에서 만났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인기높은 ‘뽀미언니’ 이보미가 미국 샌디에이고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국산 의류 브랜드 코오롱 왁(WAAC)의 올 봄/여름 의류 화보 촬영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촬영일 까지만 해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JLPGA투어 개막전이 관중 없는 경기로 치른다는 사실만 전해졌다. 올해 시즌을 앞두고 어떤 점을 준비했는지부터 물었다. 전지훈련에서 스윙에 대해 부족하고 미비했던 점을 충분히 보완한 듯 자신이 넘쳐 보였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5주간 이시우 스윙 코치와 교정했어요. 투어 생활을 오래하고 나이도 먹으면서 밸런스가 무너져 있었던 것 같아요. 백스윙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정확한 임팩트를 만들기가 힘들었는데 이번 훈련으로 많이 좋아졌고 자신 있게 스윙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 겨울 집중 교정한 스윙이란 한 시즌 7승을 거두면서 2년 연속 JLPGA투어 상금왕을 구가하던 전성기 때처럼 공이 날아가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드로샷이었다. 2017년 8월 CAT 레이디스 우승 이후에는 이런 샷을 못했고 슬럼프에 빠지면서 다시 자신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점차 예전의 기량과 컨디션, 샷 감을 회복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선수 생활에 활력을 얻은 것이다. 시즌을 마치고 12월 배우 이완(35·본명 김형수)과 결혼한 이보미는 미국 전지 훈련에서 어느 때보다 열심이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체력 운동을 시작해 해질 때까지 스윙과 퍼트 연습을 했다. 박인비나 허미정이 결혼을 통해 다시 도약할 힘을 얻은 것처럼 이보미도 믿고 의지할 반려자를 찾으면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보미가 스튜디오 촬영 중에 문도엽, 박효원 등과 얘기 나누고 있다.
이보미가 스튜디오 촬영 중에 문도엽, 박효원 등과 얘기 나누고 있다.

일본 진출 9년만에 21승 새댁 이보미는 예전보다 더 밝아졌다. 그리고 새 시즌을 기다리게 됐다. “2~3년 동안 슬럼프를 겪었는데 나이도 들고 해서 점점 예선 통과하는 게 버거워졌어요. 이제는 하루빨리 우승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많은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한국 대회 역시 일정을 봐서 시즌 최종전 ADT캡스 등 두어 개는 출전할 생각이다. 강원도 인제 출신인 이보미는 2006년 국가상비군을 거쳐 2007년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2008년에 2부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면서 이듬해 1부 리그에 진출한 이보미는 2009년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생애 첫승을 달성했다. 이후 2010년에 국내에서 3승을 거두면서 상금 1위에 올랐다. 이듬해부터 일본여자골프(JLPGA)투어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지난 시즌까지 9년을 뛰면서 21승을 달성했다. 2012년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를 시작으로 2015년과 16년에는 2년 연속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우승 못지않게 이보미는 일본에 엄청나게 많은 골프팬을 거느리고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에도 이보미가 등장할 정도였다. 전성기에 후원사가 무려 17개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2017년 21번째 우승 이후 슬럼프가 오면서 후원사도 줄어 현재까지 8개사가 있다. 그중 4곳이 한국 선수 후원에 인색한 일본 기업이다. 이보미의 인기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일정을 관리해 주는 매니지먼트사인 노부타그룹과 용품사인 혼마, 렌터카 회사인 어비스-버짓, 음료회사인 코카콜라 재팬이다. 국내 및 인터내셔널로는 신발을 후원하는 아디다스, SK텔레콤, 왁 등이 있다. 성적에 상관없이 후원사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심성 때문에 그와 계약한 후원사들은 오랫동안 만족한다.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은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보미는 올해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스타일로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보미는 올해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스타일로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베스트 드레서의 코디 비법 일본 투어에 한국 의류 브랜드를 입고 나가는 것도 신선하다. 왁은 이보미가 예전부터 입고 싶어했던 브랜드. “굉장히 개성이 강해서 나도 한 번 입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와키 캐릭터도 귀엽고요.” 이보미는 항상 웃는 얼굴과 친절하고 정성어린 팬서비스로 일본에서도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거기에는 옷도 큰 영향이 있다. 이보미는 일본 팬들 조사에서 옷맵시가 좋은 선수나 베스트 드레서로도 항상 선두였다. 일본 대회 호켄노마도구치레이디스에서는 매년 대회 시즌에 팬투표를 통해 베스트 스마일과 드레서를 뽑는다. 이보미는 2014년부터 5년 연속 ‘베스트 스마일’ 1등에 뽑혔다. ‘베스트 드레서’ 부문에서도 2015년부터 4연패를 했다. 심지어 2018년에는 컷 탈락한 상황에서도 둘 다 1위였다. 왁은 올해부터 일본의 전통있는 편집숍인 ‘타키효 컴퍼니’와 의류 대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왁은 해외시장 진출을 확장해나가기 위해 아시아의 메이저 시장인 일본에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 최초로 진출한 것이다. 왁이 이보미와 의류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타키효는 이를 아주 기뻐했다고 전해진다. 남자 선수로는 재미교포인 김찬을 비롯해 올해부터 일본 무대에서 활동할 문도엽이 있지만 인기와 지명도에서 이보미는 압도적이다. 스마일과 드레서로 뽑히는 선수는 라운드마다 어떻게 코디를 할까? “마지막날 핑크나 빨간색을 입는데 멀리서도 저를 쉽게 알아볼 수 있기 위해서죠. 하지만 이제 나이도 서른 세 살이 되다 보니 약간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블랙과 화이트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시 봄을 기다리는 선수 자꾸 나이를 얘기하는 건 이유가 있다. 요즘은 일본에서도 황금 세대로 불리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면서 치열한 경쟁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하타오카 나사나 시부노 히나코 등 실력 있고 그밖에 예쁜 선수들이 많이 나와서 투어가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경쟁력이 생긴 것 같아요. 젊은 선수들이 옷도 예쁘게 입고 팬들과 잘 호흡하니 골프웨어가 인기에도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화려하게 보이고 있으니까요.” 아침부터 시작된 봄여름 신상품 촬영은 이날 밤에서야 끝났다. 하지만 오후 늦게 메신저를 통해 오키나와 개막전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어려움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늦게까지 수고들 하셨는데요.” 따뜻한 봄날에 갤러리가 북적이는 들판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선수도 포토그래퍼도 스탭도, 그리고 옷을 만드는 이들도 이날은 모두 한마음이었다. 오키나와에서 열릴 예정인 시즌 개막전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있은 뒤에 다시 13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두번째 일본 대회마저도 취소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입고 멋진 샷을 날릴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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