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순환식 정비 ‘투트랙 방식’, 152개 구역 정비구역 해제…

을지면옥 철거·‘오락가락 시정’ 논란 등 진통 이어질 듯

세운지구 일대 정비계획 추진 상황. [서울시 자료]
세운지구 일대 정비계획 추진 상황. [서울시 자료]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서울시가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 정비구역 지정을 대거 해제하고 도시재생을 본격 추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종합 대책을 공개했다. 작년 1월 ‘노포(老鋪) 보존’ 논란에 휩싸이면서 재개발 사업이 전면 중단된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오락가락 시정’에 대한 토지주·사업주 등의 분노가 극에 달해있고, 을지면옥의 토지보상금 문제를 놓고도 당사자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등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도시재생+순환식 정비 ‘투트랙 전략’= 시는 지난 4일 세운상가 일대를 도심제조산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은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전체 171개 정비구역 가운데 아직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152개 구역을 관련법에 따라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고, 주민협의를 통한 재생 방식의 관리로 전환한다. 세운2구역의 35개소와 세운3구역 2개소, 세운5구역 9개소, 세운6-1·2·3·4구역 106개소가 대상이다. 최종 해제는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정비구역 해제에 따라 시는 화장실·소방시설 같은 열악한 기초 인프라를 보강하고 주차장 확충, 도로·보행환경 개선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이들 구역은 과거 대규모 개발을 하려다 보니 너무나 큰 8개 덩어리로 지정돼 있어서 서로 합의가 안 되는 곳이었다”며 “2014년에 171개 구역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지정 해제를 통해 구역을 1000개 이상으로 쪼갠다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다른 세운지구의 11개 구역과 공구상가가 밀집한 인근 수표 정비구역은 산업생태계 보호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 지역은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한 후 정비사업에 들어가는 순환식 정비가 이뤄진다. 관리처분을 앞둔 세운3구역(3-6·7)은 세입자에게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임시 영업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을지면옥의 모습. [연합뉴스]
을지면옥의 모습. [연합뉴스]

▶을지면옥 토지보상금·토지주 유무형 피해 등 진통 이어질 듯=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을지면옥은 철거가 유력하다. 재개발이 진행중인 세운3-2구역에 위치한 을지면옥은 지난 1년 동안 각종 협의 과정에서 ‘주변 상가는 재개발되고 우리만 혼자 그대로 남는 방안에는 반대한다’며 신축 건물에 입점하겠다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을지면옥은 서울시가 지난해 ‘생활유산’으로 지정하면서 노포 보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결국 소유주도 원하지 않는 생활유산 지정으로 사업 기간만 1년 3개월간 지연되고 추가 금융비용만 1000억원 넘게 발생하게 됐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당장 토지보상금 문제가 걸림돌이다. 을지면옥의 토지보상금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한 감정평가에 따라 산정될 예정이다. 소유자와 사업시행자 간 보상금 조정이 끝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의 매입가 결정 판결이 최종 열쇠를 쥐게 된다.

인근의 유명 노포인 양미옥과 조선옥은 원형 보존 가능성이 크다. 조선옥은 이번 정비사업 해제지역에 포함돼 재개발 대상에서 빠졌고, 양미옥의 경우 재개발 진행 지역이지만 식당 주인이 원형 보존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락가락 시정으로 인한 부작용도 풀어야 할 숙제다. 토지주들은 “지난 2011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일대 재정비 사업이 지연되면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주들은 사업 지연 발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다.

시는 내달까지 행정 절차를 마치고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절차에 들어가 10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도 연내 수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