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이 7인이 겨루는 결승전만 남기고 있다. 결승 녹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고, 관객점수는 생방송 문자투표로 대체된다. 지난 5일 준결승 방송의 시청률이 무려 33.8%까지 오르는 등 매회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트로트가 대세 정도가 아니라, ‘미스터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이 무슨 ‘괴물’ 같은 느낌이 든다.

‘미스터트롯’외에 다른 트로트 프로그램들은, 해외에서 트로트가수가 버스킹을 하며 이제 막 1회를 시작한 ‘트롯신이 떴다’를 제외하면 그리 잘 된다고 볼 수 없다. 급조한 티가 날 정도로 산만한 프로그램도 있고, 차별화의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편승 효과를 노린 프로그램들도 있다.

얼마전 조선일보는 무려 한 페이지를 할애해 ‘미스터트롯’의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조선일보 최보윤 기자는 트로트가 중장년층 뿐 아니라 2030세대에게 통한 것은 정치 경제적 상황을 보며 쌓인 ‘울분’이 한(恨)의 트로트와 만나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최 기자식 설명대로라면 2030세대가 울분을 트로트가 아닌 댄스뮤직으로 풀 수도 있다. 울분이 ‘한’과 만나야만 통하는 건 아니다. 흥(興)의 트로트, 흥(興)의 댄스와도 만날 수 있다.

‘미스터트롯’의 인기 요인은 평소 TV에 나오지 않는(더 정확한 표현은 ‘나오지 못하고 있던’이다) 실력자들이 대거 출연해 밀도있게 2시간25분간 방송한다는 점이 우선이다. 준결승이 열린 5일 방송은 2시간53분 방송됐는데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무리 재밌는 영화도 이 정도의 흥미와 긴장 유지는 어렵다.

들을거리만 있는 게 아니고 볼거리도 다채롭다. ‘1대1 한곡 대결’에서 최연소 정동원- 최고령 장민호가 함께 부른 ‘파트너’는 귀엽고 멋있는 작품을 보는 듯 했다. 강태관-김희재가 ‘나만의 여인’을 부르면서 ‘애인구함, 연락주삼’의 종이를 들며 공개구혼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유쾌하다.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은 경쟁 하면서도 화합한다.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응원하는 트롯맨들의 진심이 느껴지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서바이벌은 형식일 뿐이다. 꿩을 잡는 새가 매이거늘, 생존경쟁에서 경쟁보다 화합이 더 부각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화합과 하모니가 이기려는 작전 위주로 쓰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함을 알고 있다. 이들은 팽팽한 라이벌이자 좋은 파트너 관계를 보여 승자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모두 산다.

준결승인 ‘1대1 한곡대결’에서 이기려고만 한다면 도저히 지목할할 수 없는 상대를 지목한다. 김수찬이 우승 0순위 임영웅을 지목하고, 7위였던 신인선이 2위였던 영탁을 지명했다. 하지만 김수찬과 신인선은 진 것이 아니다. 흥과 끼에 있어서는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김수찬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특히 신인선과 영탁이 주현미의 ‘또 만났네요’를 부를 때는 너무나 사이 좋게 찰떡궁합을 보여줘, 마스터들의 선택을 힘들게 만들었다.

‘트롯병아리’ 정동원이 ‘현역장닭’ 장민호를 상대로 지목했을 때, 이들중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지 하고 고민하면서 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의 진행과 행보에 시청자들도 ‘감정선’이 함께 따라가고 있다.

마스터들의 평가에도 독설은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의 독설은 그 자체가 캐릭터가 되고, 악마의 편집에 좋은 도구로 활용됐지만, 여기서는 몇몇 마스터들은 잔치판을 즐기는 온 사람 같다. 살벌한 경쟁터 같은 느낌이 날 리 없다. 작곡가 조영수와 장윤정까지도 차분한 평가를 내린다.

이렇게 해서 ‘미스트롯’때보다 훨씬 더 강한 팬덤이 생겼다. 송가인 1인 팬덤과 달리, 이번에는 임영웅, 이찬원, 정동원, 영탁, 김호중 등 스타급 팬덤이 다양하게 형성됐다.

‘미스트트롯’의 인기에는 다소 유치한 자막도 한몫하는 듯하다. 이찬원과 나태주가 남진의 ‘남자다잉’을 부를 때에는 ‘찬또 윙크라니. 연차내길 잘했어’ ‘누나들 잘 봐요’ ‘열심’ ‘튕김 좋고’ ‘골반 개방-과감(이찬원), 화려(나태주)’ ‘삐걱대는 골반맷돌(나태주) 등의 자막이 올라온다.

‘버터산유국’ 류지광이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가 여성 관객석을 향하자 자막은 ‘동굴에서 나랑 살래’가 떴다. ‘황소’ 김경민이 ‘누이’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 황소울음소리를 깔아준다. 이런 것들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