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부터 치료, 복약순응도 관찰까지 ‘디지털’
2017년 20억달러서 2023년 64억달러로 성장
원격진료 기반 많은데…진단 단계부터 가로막혀
스카이랩스의 카트는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진단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 peutics)’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에는 기술을 환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이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머물렀다면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더 폭넓고 전문적인 개념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환자의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는 과정에서 ‘근거 중심(evidence-based)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독립적으로 쓰이거나 기존 의약품, 의료기기 등과 병행되기도 한다. 임상시험과 인허가까지 거친 만큼, 보험 적용도 될 정도로 기존 치료법과 동일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흔히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인 ‘리셋(reSET)’을 디지털 테라퓨틱스 상용화의 첫 시도로 본다. 지난 2017년 9월 미국 FDA로부터 환자 치료 용도로 첫 판매 허가를 받은 피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리셋은 약물 중독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인지행동치료(CBT)를 수행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약물 충동에 대한 대처법 등을 훈련시키는 앱으로, 환자들의 금욕 준수율을 22.7% 향상시키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17년 11월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를 조현병 치료제로 승인하기도 했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일본 제약업체 오츠카의 조현병 및 조울증 치료제 ‘아빌리파이’에 미국 기업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PDH)가 특수 제작한 센서가 내장된 형태다. 센서는 실리콘, 마그네슘, 구리 등 소화 가능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환자가 약을 먹으면 위산에 칩이 녹으면서 센서가 반응, 스마트폰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의사가 환자의 복약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이 복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 복약 순응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은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장 규모가 2017년 20억5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35.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23년에는 64억200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은 2017년 8억8900만달러에서 2023년엔 44억달러로까지 수직상승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도 2017년 43.3%에서 오는 2023년 65.7%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원격진료가 가로막혔다는 점 등이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테라퓨틱스의 활성화에는 스마트폰과 여러 IoT 기기와의 연계가 필수다. 한국은 IoT 등 연관 산업의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효율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시스템도 강점이다.
그러나 20년 넘게 표류중인 원격진료 등으로 인해 치료 전 단계인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 영역에서 부터 발이 묶인 상태다. 반지형 심방세동 탐지기 ‘카트’를 개발한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도 “카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격 진료가 된다면 만성 질환 환자들이 먼 거리를 오가지 않고도 약을 처방받는 등 지속적인 관리,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카트 외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기기 등은 원격진료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많은데, 의료계의 반발로 시도 조차 요원한 상태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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