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 코로나까지 겹쳐
이사 수요 급감에 결혼식도 미뤄
B2C 마저 뚝…업계, 위기감 고조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이사가 실종 상태다. 봄철 특수를 누려야할 가구, 건축자재 등 인테리어 관련 업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
위기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왔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이사실종’이란 말이 심심찮게 돌았다. 급기야 이는 전세대란으로까지 이어져 이사수요의 씨를 말려버렸다. 거기에 코로나19 확산은 카운터펀치를 먹였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부동산 사무소 46곳은 최근까지 임시 휴업했다. 인근 콜센터 관련 확진자가 130명을 넘어서자 내린 특단의 조치다. 이 지역은 전세 매물이 나오면 일주일을 넘기지 않고 나갈 정도로 수요가 많은 곳. 심지어 금요일 저녁에 나온 매물이 몇 시간만에 계약돼 주말 사이 인터넷 매물에서 내려가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사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공포감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집을 팔려고 내놓은 회사원 A(40) 씨는 “예전 같으면 일주일에도 3~4팀이 집을 보러 온다. 그러다 2, 3달 여유를 두고 계약이 되기 마련이다. 지난 5일 이후론 집 보겠다는 사람이 아예 끊겼다”고 했다. 집을 보려는 이들도, 보여줘야 하는 이들도 코로나19로 인해 부담을 느끼면서 이사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까지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주택 매매거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감한 데 이어 이어 9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이들에게는 전세자금대출도 금지됐다. 서울지역 아파트는 중위가격이 지난 1월 이미 9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자녀 양육이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자가를 두고 이사를 가기 어려워진 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에 따라 결혼도 실종됐다. 1월 20∼3월 10일 사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예식서비스 위약금 관련 상담건수가 221→18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0% 늘어난 것만 봐도 이런 사실이 방증된다.
이사·결혼 수요가 사라지면서 인테리어업계가 기대를 걸었던 B2C(기업 대 소비자간 거래) 수요도 사라졌다.
가구업계는 2년여 전부터 고강도 부동산 규제의 여파로 몸살을 앓아 왔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를 결정했지만, 촘촘한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전통적으로 B2C 분야는 가구업계에 구원투수 역할을 해 왔다. 분양 등 신규 B2B(기업 대 기업간 거래) 수요가 발생하는 영역이 규제로 인해 얼어붙으면서 홈퍼니싱, 리모델링 등이 대안으로 꼽혀왔기 때문. 그러나 이처럼 봄철 특수가 사라지면서 B2C 분야도 기대할 게 없게 됐다는 탄식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에서도 인테리어 업계는 벗어나 있다. 같은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전업계엔 고효율 가전기기 환급정책이 이달 말께 실시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362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냉장고·에어컨·세탁기·TV·밥솥 등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땐 1인당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줄 방침이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당장 이사·결혼 수요가 줄어든 것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되면서 내수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있다”며 “가구 같은 내구재는 경기 하강기에는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업황 개선은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버틸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게 현재로선 발등의 불”이라 전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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