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2일 사상 세 번째로 팬데믹(pandemic), 즉 전염병이 세계적 대유행 상태임을 선언했다. 코로나19는 모든 국가, 모든 산업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사망자 숫자가 급격히 늘면서 각국에서 국경봉쇄, 이동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가 쏟아지고 있고, 국제금융협회는 올해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의 충격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 소비와 투자가 금세 회복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 투명한 정보공개, 높은 시민의식으로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나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전국 초·중·고 개학이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됐지만, 불안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강조하고 있다. 개학 연기로 인해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교와 가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산물의 대량 소비처인 학교급식이 한 달 넘게 재개되지 못하면서 생산농가의 손실은 막대하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인터넷쇼핑몰과 함께 학교급식 납품용 친환경 농산물을 꾸러미 형태로 판매하기로 했고, 경기도와 강원도를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도 학교급식 공급 예정이던 지역농산물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한 드라이브 스루 판매방식, 제철 농산물을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안 등도 시도되고 있다. 학교급식은 잠시 중단되었지만 각계에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소비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아울러 농산물의 안정적 판로 확보를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급식 수요처를 학교 중심에서 공공 분야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와 같이 불가측한 비상 상황에서 농민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도 시급하다. 급식이란 말 그대로 ‘식사를 공급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다 많은 국민에게 안전한 식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공공급식의 목표이자 존재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한 현재의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 체계를 올해부터 국·공립 유치원과 부산시 사회복지시설에 단계별로 적용하는 등 공공 분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단계를 동일 플랫폼 상에 구현해 농산물의 이력을 추적함으로써 식품안전성은 물론 식재료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을 뒷받침하는 공공급식 통합 플랫폼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급식 식재료의 투명하고 안정적인 공급은 생산농가, 특히 판로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농과 친환경 농가를 살리는 길이자, 양질의 급식을 통해 건강한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길이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고, 학교급식도 재개될 것이다. 아이들이 다시 마음 편히 급식을 먹을 수 있는 그날을 온 국민이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위기 때 더 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온 우리 국민은 누구보다 슬기롭게, 차분하게 이번 사태를 이겨나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향하는 전국의 봉사자들과 따뜻한 편지, 구호물품은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함께’임을 되새기게 한다. 함께 이겨낼 그날까지, 그날 이후 돌아갈 일상을 위해 우리 모두 조금만 더 지혜와 용기를 모으자.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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