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상파와 케이블 채널 등 TV의 힘이 점점 약화된다고 한다. OTT, SNS, 모바일 쪽으로 플랫폼의 축이 옮겨가고 있다.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상파의 위기를 거론한 지도 꽤 오래됐다.
TV 제작진들은 제작방식을 놓고 한동안 갈팡질팡했다. 기존에 만들어오던 제작 방식을 버리고 모바일이나 유튜브 등 인터넷 스타일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콘텐츠의 흐름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TV와 유튜브 공조 프로그램, 예컨대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삶을 관찰하는 JTBC ‘랜선라이프’는 지난해 5월 슬그머니 사라졌다. 숏폼이라는 형식을 실험한 나영석 PD의 ‘금요일 금요일밤에’도 2%대의 시청률에 그쳤다.
오히려 TV 콘텐츠는 ‘인터넷적’(的)이나 ‘모바일적’(的)이 아니라 ‘TV적’(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힘을 얻게됐다. ‘미스터트롯’은 무대 위 3분을 위해 참가자들이 흘리는 땀과 열정은 시청자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기본구조에 충실했다. 참가자들의 절박함과 실력이 오롯이 전달됐다.
결승전 시청률이 말도 안되는 35.7%를 기록한 ‘미스터트롯’의 노윤 작가는 월간 방송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시청자들이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옮겨가서 TV 이탈이 커졌고, 시청률이 안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추세이고 흐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구나, 사람들이 다른 게 볼 게 많아서가 아니라 볼 게 없어서 TV를 떠났던 거구나. 시대의 흐름은 재편되겠지만 이제까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라고 말했다.
이어 “매체마다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다. 지금이 유튜브 시대라고 하지만, TV를 하면서 유튜브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면 안된다. TV에만 어울리는 콘텐츠가 있고, 유튜브에 맞는 콘텐츠가 있는 건데, TV를 하면서 TV는 끝났다고 생각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고 덧붙었다.
29년간 방송되며 최근 7000회를 맞은 KBS ‘6시 내고향’과 유행을 타지 않는 음식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도 TV적(的)인 요소로 승부해 성공한 콘텐츠다. 둘 다 꾸준히 시청률 7~9%대를 유지하고 있다.
‘6시 내고향’의 심하원 팀장(책임 프로듀서)은 “휴머니즘과 서민 이야기가 양대 축이다”면서 “시청자들은 화려한 모습보다는 시골에서 어렵게 성공한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나, 밥상을 차려주는 엄마의 정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6시 내고향’ 진행자인 윤인구 아나운서는 “고향이 없는(서울 한복판) 저 같은 사람은 부럽다. 언제든지 가면 나를 보듬어안아주고, 부모가 계시는 시골이 너무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6시 내고향’이 최근에는 ‘코로나19 위기로 판로를 잃어버린 전국 농어민을 위해 질 좋고 저렴한 농수산물을 소개하는 ‘내 고향 상생장터, 함께 삽시다’ 코너가 엄청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TV로 사람들을 오게 하는 방법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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