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연 사건’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식 명칭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인 정의연은 사실상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때 일까지 최근 의혹이 불거졌다. 잇단 회계부정 의혹에 이어 경기 안성의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도 수상함이 엿보였다.

이 같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인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다. 윤 전 이사장은 1992년 아직 설립 초기였던 정대협에 들어가 간사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사무국장,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각종 업무를 도맡았고, 2008년부터는 상임대표를 맡는 등 약 30년 동안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윤 전 이사장을 비롯한 정대협과 정의연의 활동가들이 애쓴 덕에 그동안 무관심 속에 잊혔던 위안부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국제사회의 이슈가 됐다. 이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30년간 수요일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를 열었다. 덕분에 위안부 사건은 국제적 여성 인권 침해 사건 중 하나가 됐고, 일본의 만행도 전 세계적으로 부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의 대응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지난 13일 윤 전 이사장의 페이스북 글을 보면서 기시감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조 전 장관에 대한 입장을 두고 나라는 정확하게 두 쪽으로 갈렸다. 조 전 장관의 취임을 반대하면 ‘친일파’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조 전 장관을 응원하는 집회에서도 “조국 수호 지켜 내자”, “언론 개혁 이뤄내자”, “토착 왜구 몰아내자”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윤 전 이사장의 글도 그랬다. 그는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 전 장관이 생각난다”며 “친일이 청산되지 못한 나라에서 개인의 삶을 뒤로 하고 정의·여성·평화·인권의 가시밭길로 들어선 사람이 겪어야 할 숙명으로 알고 당당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공격하면 친일’이라는 행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글에서 조국 사태 때처럼 네 편과 내 편, ‘갈라치기’를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정의연의 사과도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정의연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자료에서 “친인척을 (쉼터)관리인으로 지정한 점은 사려 깊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뿐이었다.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어느 비정부기구(NGO)가 (영수증 세부 내용을)공시하고 공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격적 대응은 ‘사건’을 키울 뿐이다. 위안부 사건을 세계적으로 공론화시킨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의 공(功)을 부인하는 사람은 국민 중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돈과 관련된 정의연과 정대협 안팎의 일부 불투명한 사례를 투명하게 낱낱이 밝히면 된다. ‘대응’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