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심각 차환안되면 유동성 위기

10조 규모 SPV는 7월 이후에야 가동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으로 5월 들어 회사채 시장이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정작 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비우량 회사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올 들어 저신용 회사채 발행 규모가 작년보다 절반 이상으로 급감하면서 자금난이 심각하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올 발행된 A·BBB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3조8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된 8조680억원 보다 53% 적은 규모다. AA 등급 이상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자금이 넘칠 정도로 몰리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1월만 해도 A·BBB등급 회사채는 전년 수준에서 발행이 이뤄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2월부터 발행액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4월엔 작년 같은 달보다 94% 감소한 1900억원에 그쳤다. 5월 들어선 지난달보다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작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A·BBB등급 회사채의 일평균 순발행액은 지난 3월엔 116억원을 기록하다 지난달엔 -633억원으로 큰 폭 떨어졌다. 정부의 회사채 지원 정책이 주로 AA-등급 이상의 우량채를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저신용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외면이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정부가 뒤늦게 채안펀드의 매입 대상을 AA- 이상에서 코로나19 이후 A+로 하향된 회사채까지 확대한 것도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심상치 않은 수준까지 와 있다는 점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산업은행은 20일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구(SPV)를 10조원 규모로 출범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SPV도 기관 간 의견차로 정부 발표 한 달만에 운영의 윤곽이 드러났고, 실제 자금이 조성돼 집행되는 시기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SPV 에는 1차로 정부가 5000억원을 출자하는데, 이 예산은 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돼 있다. 현재 국회 원구성 협상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다음달 추경안 통과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