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300원 비싸도 소비 10% 증가
판매 비중 첫 2%대 진입 눈앞
보통휘발유 11% 감소와 대조
저유가 지속·수입차 증가 한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소비가 급감한 가운데서도 보통 휘발유보다 리터(ℓ)당 300원 이나 비싼 고급 휘발유 소비는 오히려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2014년 고유가로 주춤했던 고급휘발유 시장이 최근 저유가와 ‘코로나19 쇼크’ 속에서 다시 활기를 띠면서 정유사들의 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국내 고급휘발유 판매량은 총 47만 배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기록한 43만 배럴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보통휘발유 판매량은 2706만 배럴에서 2396만 배럴로 11.4% 감소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22만 배럴꼴로 판매됐지만 올해 들어 19만 배럴대를 기록 중이다. 보통휘발유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20만 배럴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차량 이동이 줄면서 판매량도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보통휘발유를 비롯한 자동차 연료유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자 나홀로 고공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고급휘발유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고급휘발유 가격은 ℓ당 1591.01원(4일 기준)으로 보통휘발유(1282.23원)보다 308원 비싸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휘발유 판매량은 지난 2013년 이후 6년째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급휘발유가 전체 휘발유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도 안 됐지만 지난해 1.63%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4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쇼크가 덮친 올해 1~4월에도 불황을 뚫고 1.93%까지 치솟아 사상 첫 2%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휘발유 가격 하락이 오히려 고급휘발유 소비에 불을 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고급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소비가 늘어난 측면이 있고, 수입차 증가로 고급휘발유 소비 저변도 확대되면서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 달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19.1% 증가해 고급휘발유 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급휘발유는 엔진출력 저하나 엔진고장 등을 일으키는 노킹현상을 막아주는 ‘옥탄가’가 보통휘발유보다 높아 유럽산 고급 수입차는 고급휘발유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수입차가 급증한 2000년대 현대오일뱅크의 ‘카젠’을 비롯해 SK에너지의 ‘솔룩스’, GS칼텍스의 ‘Kixx 프라임’, 에스오일의 ‘에스가솔린프리미엄’ 등 정유사들의 고급휘발유 브랜드 경쟁이 시작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달 ‘카젠’을 리뉴얼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초 SK네트웍스 주유소 인수를 완료하며 고급휘발유 소비가 가장 많은 서울 시내 요지에 유통망도 확충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서울 지역 고급휘발유 판매량의 49.8%를 차지할 만큼 알짜 지역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휘발유에 비해 판매량이 적어서 아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건 고급휘발유가 유일하다. 앞으로 정유사들의 광고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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