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구속되면 국정농단보다 파급력 커
비상경영으로 버텼는데…‘경영공백’ 우려
경제단체 관계자 “유독 대기업에만 가혹”
일부선 “도주 우려 없는데…인권침해 심각”
외신도 “중장기 전략수립 지연 영향” 보도
“2년 동안 변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온 결과가 이렇다니 참담할 따름입니다. 이번 구속은 국정농단과 다릅니다. 판결도 나지 않은 분식회계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 경영진에 대한 대외신인도와 이미지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8개월만에 구속 기로에 서자 삼성 안팎에서 쏟아진 우려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참담하고 억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지난 2년 간 전향적인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해왔지만, 결국 다시 총수의 ‘경영공백’ 위기라는 결과에 맞닥뜨리게 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도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긴급 타전하며 구속될 경우 삼성의 중장기 경영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빛바랜 삼성의 환골탈태 노력…삼성, 침묵 속 억울=삼성 내부에서는 지난 2년간의 전향적인 노력에도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 기로에 서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그동안 해묵은 갈등을 봉합하며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는 환골탈태의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집행유예 선고로 경영에 복귀한 이후 준법경영과 노사관계에 대한 확고한 변화 의지를 드러내며 ‘뉴삼성’ 행보를 가속화했다.
삼성은 순환출자 고리의 굴레부터 벗었다. 2018년 4월부터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며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을 무조건 수용으로 11년 만에 매듭지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8000명을 직접 채용하고 노조 와해 의혹 사건에 대해 전격 사과했다.
올 들어서는 준법경영에 방점을 찍었다. 법원의 권고에 따라 실효적 준법감시를 위한 준법감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2월 신설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재용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자녀에 경영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무노조 경영도 폐기했다. 지난 4일에는 삼성의 7개 계열사가 준법위에 대국민 사과 실천안을 제출했다. 과거 삼성 특검 이후 등장한 삼성의 경영 쇄신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2년에 가까운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이 부회장이 비상경영을 진두지휘했는데 또 다시 경영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무리한 영장 신청…대외신인도 이미지 추락 우려=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이번 구속영장 신청은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보다 파급력이 훨씬 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국정농단 사태가 뇌물수수 혐의인 반면 이번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행위 등 주주에 영향을 주는 혐의이기 때문이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이번에 청구된 구속영장은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구속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분식회계와 연관돼 삼성 경영진에 대한 급격한 신뢰도 추락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는데도 구속이 된다면 삼성 이미지는 물론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나 총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전략적 제휴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인에 대해 유독 가혹한 수사 기조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 측이 지난 1년 8개월간 이뤄진 고강도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심의 절차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유독 대기업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도주 우려도 없는 이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대기업 총수가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권력남용이며 인권침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재계 1위 기업의 ‘총수 리스크’ 재연 가능성도 우려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영공백 문제는 단순히 내부 기업경영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대한 심각한 타격을 안겨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에 대한 수사 역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구속땐 중장기계획 차질” 외신도 주목=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해외 주요 외신들도 긴급 타전하며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한국 최대 회사인 삼성이 신종 코로나19로 인한 제조 기반 붕괴와 소비 감소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다시 삼성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기업승계와 관련한 혐의를 소란스럽게 회귀시켰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경영 자원이 재판 대책에 할애되는 것이며 중장기적 전략수립 지연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최대 기업인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아시아의 가장 성공한 코로나19 방역 노력 중 하나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면서 “재판을 앞두고 후계자 이미지를 제고했다”고 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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