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히려 美보다 적극적 메시지 발신 눈길
리선권, 1월 외무상 임명뒤 첫 데뷔전 담화
[헤럴드경제=신대원·유오상 기자] 북한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미국의 위협에 맞서 힘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6·25전쟁 포로·실종자 유해 수습 등을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지켜지지 않은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면서 대가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치적 선전을 위한 선물보따리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북한은 12일 리선권 외무상의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리 외무상은 먼저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2년을 평가하면서 북미관계 개선 희망은 절망으로, 한반도 평화번영에 대한 낙관은 비관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신들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미군 유골 송환, 억류 미국인 송환 등 ‘전략적 대용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치적으로 과시했을 뿐 오히려 한반도 주변에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을 전개시키고 한국에 스텔스전투기와 무인정찰기 등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은 앞으로도 장기적 위협으로 남을 것이 명백하다면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대응해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 자신들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싱가포르 공동성명 파기나 6·12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복귀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언급은 없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리 외무상이 북미관계 전면에 나서서 담화를 낸 데뷔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내용은 평이하다”며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이 힘으로 나선다면 우리도 힘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월 임명된 리 외무상이 대미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히려 북한의 최근 대미메시지보다 수위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하면서 끝 부분에 힘을 키우겠다는 식으로 복선을 깔았는데 최근 대미메시지보다 순화된 측면이 있다”며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 대신 기본적인 입장을 순화해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에는 미국이 북한의 남북 연락채널 차단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내놓자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을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선까지 들먹이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경고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의 위협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어쩔 수 없이 기존 계획대로 핵무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면서 바꾸지 않을 경우 이 길을 계속 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이어 “오히려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미국은 별다른 언급이 없는데 북한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자체가 갖는 의미가 있다”면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지와 북미협상에서의 여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6·12 북미정상회담 2주년과 관련해 언론 질의에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싱가포르 약속 실현을 위해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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