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마찰’ 구룡마을은 지금
서울시 vs 강남구 사업방식 충돌
토지주 “600만원 보상 수용못해”
거주민들 “분양 아니면 죽음을”
서울시 “다음달 내 협의체 출범”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개포동 대모산 자락의 구룡마을 재개발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 토지주와 주민들이 의견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연일 논란이 가중되면서 서울시는 7월 안으로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토지주와 거주민들까지 포함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협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4000가구냐 2838가구냐…임대아파트 비율 놓고도 충돌= 서울시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구룡마을에 공공임대주택 4000여 가구를 건립하고, 1107가구에 이르는 기존 거주민은 100%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1일 승인된 실시계획은 2838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고 그 중 임대 1107가구, 분양 1731가구로 한다는 내용이다. 총공급 주택수도 다르고, 임대아파트 비율도 다르게 나오자 진실공방이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시계획인가는 당초대로 나간거고, 착공까지 가려면 앞으로 1년6개월은 더 걸리는데, 그동안 대책을 마련하고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 관계자는 “4000가구란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또 어떻게 건립을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서울시가 4000가구를 얘기한 이유가 있을텐데, 그건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니 추후 강남구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업시행자인 SH공사도 개발이익은 둘째치고,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SH 관계자도 “일단 말이 나온만큼, 4000세대 100% 임대 방안에 대해 (사업성)검토는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지보상금액 600만원 vs. 인근 래미안블레스티지 시세 맞춰달라 충돌= 현재 구룡마을에는 토지주 580명, 세입자 1107가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방식이라 토지주들은 보상만 받게 된다. 서울시는 현재 자연녹지구역에 맞는 감정평가액으로 3.3㎡당 500만~600만원을 생각하고 있다. 반면, 토지주들은 인근 아파트들과 걸맞는 수준으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룡마을 바로 맞은 편엔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디에에치아너힐즈와 같은 초고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다.
한편, 구룡마을 거주민들은 또 다른 주장으로 날을 세우고 있다. 임대아파트 입주를 원하지 않는다며, 분양을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박원순시장은 초심으로 구룡마을 주민들과 한 약속을 지켜라’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시위를 벌였다.
▶폐가 방불케 하는 구룡마을 내부…주민들 “임대 아파트 들어갈 돈 없다”= 지난 12일 찾은 구룡마을에는 붉은색 플래카드 여러장이 나부꼈다. “임대가 웬말이냐? 분양아니면 죽음을 달라!”, “5년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라”, “감언이설에 속지말고 분양으로 보상받자”는 내용이었다. 전국철거민협의회의 승합차가 마을 입구를 가로막듯이 주차돼 있었다.
마을 초입에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 고물상이 자리잡았다. 비포장도로라 트럭이 오갈 때마다 바싹 마른 흙먼지가 날리고, 마을 내부에는 열악한 배수시설 탓에 날벌레가 가득했다. 인적은 드물었다. 실제로 사람이 산다고 생각할 수 없는 폐가가 이어졌다. 뜯겨나온 배관과 각종 전선들이 마을 내부에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마을 내부에서 만난 한 주민은 “폐지 줍고 사는 노인이 무슨 돈이 있어서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여기는 땅값이 무척 비싼 곳이다. 지금이야 착공 전이니까 임대로 지어지면 싼 값에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결국 말이 바뀔테고, 그러면 자금이 안되는 주민들은 30년을 살고도 빈주머니로 나가야 된다”고 털어놨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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