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중 등에서 10건 임상 진행
유례없는 단기 개발 가능성 커져
한국, 2건 임상에도 뒤쳐진건 현실
유럽선 백신동맹 등 확보전 치열
자체개발 어렵다면 물량 선점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6개월 가량이 지나면서 전 세계가 이 바이러스를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대항 무기인 백신 개발에 집중하면서 사상 유례없는 단기간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한국은 백신 개발에 있어 다른 국가보다 한 걸음 뒤쳐진 것이 현실이다. 이에 자체적으로 백신 개발이 어렵다면 조기에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 10건의 백신 임상시험 진행…미·영·중 주도=현재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은 10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COVID-19 후보 백신 업데이트(6월 9일 기준)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후보물질(비복제 바이러스벡터 백신)을 가지고 임상 2b/3상(1만여명) 및 임상 1/2상(1000여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미국 모더나도 국립보건원(NIH) 산하 NIAID(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와 함께 임상 2상(500명)과 임상 1상(100명)을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칸시노바이오로직스가 중국 군대의 협조를 받아 임상 2상과 임상 1상을 동시 진행 중이다. 시노박이라는 기업도 개발 중인 불활화 백신으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이노비오의 DNA백신의 경우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참여해 국내에서도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초기 임상에 머물던 백신 개발이 한 달 만에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된다는 것은 통상 백신 개발에 있어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라면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6개월 만에 임상 2상까지 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전 세계 백신 기술을 가진 기업과 연구소 모두가 이 일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성공 확률 낮다보니 뒤늦게 합류=이처럼 미국·영국·중국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은 백신 개발에 있어 한 발짝 뒤쳐져 있다.
국내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초기인 2월 중순 이미 진단키트 개발을 준비해 성공적인 K-방역의 모범 사례가 된 것과 달리 백신 개발에 있어서는 스타트가 늦은 것이다.
이는 백신이 긴 시간의 투자와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개발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이뤄지지도 않고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에 기업 자체적으로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도전에 해당한다”며 “더구나 메르스나 사스처럼 백신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임상시험 준비를 마쳤을 때 환자가 더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제약사들을 본 학습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가 중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 바이러스도 메르스와 사스처럼 국지적인 감염병으로 끝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경제를 마비시키는 상황까지 몰고 가자 백신 개발에 대한 다급함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많은 국가의 정부는 백신 개발을 위해 관련 연구소와 기업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2조2000억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앞으로도 1년간 6조원 이상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가 밝힌 투자 규모는 1000억원 수준이어서 보다 전폭적인 지원없이는 백신 개발이라는 확률 낮은 미션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
▶백신 성공해도 물량 부족 예상…백신 확보 노력해야=한편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백신이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당장 전 세계에 충분한 백신이 공급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에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초기에는 만들어낼 수 있는 백신 수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국가의 백신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이탈리아·독일·프랑스·네덜란드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명분의 백신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4개국이 포괄적 백신 동맹을 통해 유럽 국가에 먼저 백신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자국 개발기업뿐만 아니라 유럽 백신 개발 기업들을 상대로 많은 자금을 지원하면서 백신 우선 공급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도 백신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체적으로 백신 개발이 쉽지 않고 개발 시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가능성 높은 대상(기업)을 물색해 백신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수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래 박사(전남대 화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과와 전망’ 기고문을 통해 “한국도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코로나19 백신 관련 신기술 개발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며 “전염병 백신은 수익성이 낮아 국제기구나 정부 지원이 없으면 민간기업이 개발하기 힘들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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