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의료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육성하겠다는 언급이 있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재외국민에 대한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2년간 임시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는 재외국민이 전화·화상을 통해 국내 의사에게 의료 상담과 진료받을 수 있는 제도다. 환자가 요청할 경우 의료진이 전자처방전도 발급할 수 있다. 의사 협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의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상담 서비스는 전 국민 대상 원격 진료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다음 주 대규모 집회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0년간 그래왔듯이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한 정부와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충돌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 발표를 보면서 정부가 많이 고심했음을 느낀다. 일단 이름을 원격의료에서 비대면 의료로 바꾸었고 대상도 국내에 있는 환자가 아니라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그렇다. 비대면 의료의 첫걸음으로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의 비대면 의료 도입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추가돼야 한다.
우선 환자들의 편의성이 좋아지는 만큼 부담을 상당부분 지게 만드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급성 환자나 진찰,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어차피 비대면 의료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의사는 병원이나 응급실에 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환자는 (병원을 갈지 말지 의료적 판단을 해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며 돈을 내기 싫어할 수 있다. 또 편의성이 높아져 별것 아닌 문제로 의사를 찾는 횟수가 급격하게 늘 수도 있다. 비대면 진료의 수가를 대면 진료보다 높이던지, 선별급여처럼 환자 본인부담금을 80%로 한다면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모든 질환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좋다. 진료에는 항상 오진에 따른 책임이 따르고 의사협회도 이러한 취지에서 반대하고 있다.
또한 산업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비대면 의료 도입의 목적이 직접 진료하는 환자 수를 줄여서 비대면 의료로 돌림으로써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의도는 이번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편의성도 높이고 산업도 발전시키려면 돈을 쓰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방치하면 결국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거쳐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이 되는데 이러한 예방과 관리에 비대면 의료를 적극 도입하여야 한다. 특히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기업과 병원이 협력하여 비대면 의료를 통해 직원들의 건강관리에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일거양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진료 도입과 함께 약 배송 서비스가 일부라도 도입돼야 한다. 환자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약 배송 서비스가 없는 비대면 진료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배송비 등 물류에 대한 부담은 편의를 보는 환자가 지게 하면 된다.
규제를 푸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IT 기술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민 건강 향상을 이뤄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재원 에임메드 대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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