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활성화 정책 ‘특례’
감시·견제체계 무력화 돼
라임·옵티머스 사태 초래
선관의무 준수 여부 변수
[헤럴드경제=서정은·박준규 기자] 펀드를 만들고 키우는 주연이 판매사와 운용사라면, 이를 지원하는 숨은 조연이 있다. 펀드 자금과 투자재산을 관리, 감시하는 수탁은행이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사태가 일어나는 과정에도 수탁은행은 무기력했다. 수탁은행들은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감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만 수행해왔다. 운용사들은 이같은 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수익자 자사을 제멋대로 운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 환매가 연장된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15·16호’펀드의 수탁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전체 펀드 설정액(5355억원) 중 98%를 관리하고 있다. 나머지 1.5%는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이 수탁은행으로 등록돼있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딧인슈어드(CI)펀드’ 수탁은행이기도 했다.
수탁은행의 기본 임무는 자산운용사로부터 재산을 수탁해 관리하는 것이다.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면, 이를 보관해뒀다가 운용사 지시에 따라 자산에 투자하거나 운영한다.
현행 자본시장법 247조에서는 펀드의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신탁업자의 역할을 감시 의무까지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수탁은행은 운용사의 행위가 법령, 집합투자규약, 투자설명서 등을 위반했을 경우 운용지시나 운용행위의 철회·변경·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며 사모펀드에 한해서는 수탁사 의무를 특례 조항으로 면제해줬다.
이번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보면 고객 자금은 대부업체로 흘러들어갔다. 투자설명서에 밝힌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와 전혀 다른 운용이 이뤄졌지만 찾진 못했다. 수탁은행은 사모펀드여서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다. 계약서 상에 표기된 ‘국내채권’인 것만 확인해 운용사 지시대로 자산만 편입했다.
많은 수탁은행들은 낮은 보수 등을 감안했을 때 대규모 사모펀드에 대해 견제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취급 범위가 넓다. 주식, 채권 등은 물론 평가가 어려운 실물자산을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수탁보수가 통상 0.02~0.03%임을 고려하면, 하나은행은 5000억원의 옵티머스펀드를 관리하는 대가로 1억원 남짓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운용사가 자사를 수탁사로 선정했고, 이에 따라 업무지시대로 자산을 매입하는 등 통상적 업무만 수행했다”며 “운용사의 사모펀드 운용 현황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권한이 없어 제도적 개선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수탁은행에 대한 검사 필요성을 고민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사모펀드에 대해 수탁은행의 감시 업무가 부여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문제로 수탁은행에 금감원 검사가 이뤄진 전례도 없다. 금감원은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에 대해서는 검사를 계획 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안에 대해서 살펴보고는 있지만 검사를 나가야할 사안인지는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향후 수탁은행의 업무 권한을 키운다면 결국 보수까지 상향돼야하는데 고객에게 결국 전가될 수 있어 균형감있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에 판매사와 수탁회사,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펀드 운용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 강화를 포함했으나 법개정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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