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사상 최악의 에볼라 바이러스에 세계 최강 미국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첫 사망자가 나온 중부 텍사스에서 미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방역선이 무너진데 이어, 심장부인 동부 보스턴에서도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등 전역이 에볼라 사정권에 들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본토의 첫 에볼라 전염 사례가 미국 중부 텍사스주(州)에서 발생한데 이어, 같은 날 미국의 심장부인 동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도 서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에볼라 의심 환자가 나타나 격리 조치됐다.

미국 보건당국은 에볼라 추가 감염 사례가 앞으로 더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스페인의 첫 에볼라 전염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병원에서, 보호장비를 갖춘 간호사에게 발생했다. 방역선이 무너지며 에볼라가 심장부인 동부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전역은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최악의 에볼라, 아프리카외 감염 16건=올해 출현한 변종 에볼라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 지역에 국한했던 발병국이 선진국으로까지 확산되며 지구촌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본국 송환 환자를 포함해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에볼라 사망 및 감염 사례는 미국 7, 프랑스 1, 영국 1, 스페인 3, 독일 3, 노르웨이 1 등 모두 16명이다.

올 들어 에볼라 감염자는 지난 8일 기준 8399명, 사망자는 4033명이다. 이는 역대 최대 피해 사례는 1976년 민주콩고(감염자 602명, 사망자 431명)와 비교해 10배 이상이다. 유엔에 따르면 에볼라 백신과 치료제가 전무한 상태에서 이같은 발병 추세대로라면 다음달 초 에볼라 감염자는 1만7000명, 같은달 말 3만4000명으로 폭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美 방역선 붕괴, 추가 감염 우려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에볼라 첫 감염 사망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가 이날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아프리카에서 감염한 환자를 본토로 본국 송환한 것이 아닌 본토에서 에볼라 전염이 일어난 것은 선진국 가운데 스페인에 이어 미국이 두번째다.

톰 프라이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람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다른 사람들도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추가 노출자 발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CDC는 던컨과 접촉한 텍사스건강장로병원 근로자 18명과 일반인 48명을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에볼라 감염 간호사는 던컨을 치료한 뒤 하루에 2차례씩 체온을 체크해 와 자신의 감염 위험을 빨리 파악했다.

▶“명백한 방역 수칙 위반” =미국의 첫 에볼라 전염의 원인은 텍사스건강장로병원 측 의료진의 과실로 모아진다. 에볼라 치료 담당 의료진이 지켜야 할 방역 수칙 위반이 감염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톰 프라이든 CDC 국장은 “분명 방역 수칙에 틈이 있었다”면서 ‘호흡기 삽관’, ‘투석’ 등 두가지 고위험 절차에서 규정 위반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에볼라 감염 간호사는 보호 가운, 장갑, 마스크, 얼굴 가림막 등을 모두 착용한 채 던컨과 접촉했다고 현지 의료 비영리단체인 텍사스헬스리소스(THR) 측이 밝혔다.

보호장비 자체 보단 보호장비를 다루는 절차와 교육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CDC는 보호장비 탈의 순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에볼라를 치료한 의료 근로자는 에볼라에 감염된 장갑, 고글, 가운, 마스크, 호흡기를 순서로 보호장비를 벗어야한다. 가운은 안에서 밖으로 벗어 외피를 만지지 말아야하며, 감염된 장비가 착의자의 피부, 특히 점액과 조직막에 닿지 않도록 해야한다. 감염 장비를 만진 손은 절차에 따라 깨끗이 씻어야한다.

프라이든 국장은 “가운, 장갑, 마스크, 고글 등 개인보호장비를 탈의하는 과정이 가장 큰 감염 위험이다. 이를 올바로 하기 쉽지 않다”면서, 병원 의료진들이 CDC 권고 수칙을 그대로 따랐는 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스턴에서도 에볼라 의심환자 격리=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의 브레인트리 소재 병원에서도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생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언론은 브레인트리 소방관인 조 잰카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에볼라가 창궐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고 나서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이는 이 환자가 하버드뱅가드메디컬센터에 격리 수용돼 있으며 병원에 에볼라 안전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경찰과 소방 당국, 긴급 의료팀이 병원에 급파돼 검역 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던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의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에 나온 소식이어서 미국 내에서 에볼라 확산에 대한 공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 간호사 80% “에볼라 교육 없었다” =그런데 이는 비단 텍사스건강장로병원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에선 CDC만 홀로 분투할 뿐 대부분 병원들은 에볼라에 ‘나몰라라’ 하는 실정이 드러났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간호사 노조인 전미간호사연합이 46개주 750개 병의원 간호사 19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에볼라에 관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67%는 “병원 측이 에볼라 의심 환자를 다루는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36%는 “소속 병원이 가운, 고글 등 적잘한 보호장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전해 충격을 준다.

전미간호사연합의 보니 카스틸로 이사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에볼라에 관한 한 쪽짜리 정보를 받았고, 그나마 인터넷에 나와있는 수준이었다”면서 “병원들의 적극적인 교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댈러스 시 당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소방국 유해물질대응팀을 긴급 투입해 에볼라 감염 간호사의 차량과 아파트, 아파트 내 공공구역에 대한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지역 경찰은 전화 음성 자동 안내로 에볼라 감염 간호사가 사는 아파트로 부터 반경 네거리 안에 있는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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