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계자 입장 밝혔지만

여성계 등 일각서 계속 제기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신주희 기자] 지난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그에 대한 성추행 의혹 고소 사건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소자인 박 시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하고, 진상 조사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반응이다. 하지만 성추행을 호소한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가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단 경찰은 관련 규정에 따라 검찰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고소장을 접수받은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진상 조사가 핵심인 것 같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송치할 예정이다. 검찰에서도 수사가 불가능하고, 수사 실익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0일 “박 시장에 관한 고소 건과 관련해 온라인상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해 사건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해를 고지하는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며 “사건 관련자의 명예훼손, 신상 노출 등 2차 피해가 발생치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그러나 해당 사건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의 2차 가해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1일 대표적인 여권 지지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는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라며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수십명의 추천을 받았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인물을 고소인으로 지목하고 사진 등 신상을 유포해 2차 가해와 유언비어 우려를 낳았다.

유명 인사들의 발언도 아쉬웠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조문 후 박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간이 다 비슷비슷한 건데 너무 도덕적으로 살려고 하면 다 사고가 나는 것이다. 저 세상에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답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도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 시장을 가리키며 “그가 두 여성(아내와 딸)에게 가볍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 안다”면서도 “그가 한 여성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모른다”고 적었다. 이어 “나머지 모든 여성이, 그만한 ‘남자사람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면서 “박원순을 빼고 한국 현대 여성사를 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여 많은 네티즌의 빈축을 샀다.

때문에 여성계를 중심으로 사회 일각에서 진상 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박 시장의 죽음 이후 그 원인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경우 피해 여성이 가질 심리적 압박감, 중압감, 공포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한 추모와 그 이후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전수 조사와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은 대치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