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화재정 문화재 지정 예고
정본당·협선당·석획당 등 배치 확인
일제 ‘경기도청사’ 벽돌 기초도 발굴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조선시대 6조 업무 등 정사를 총괄하던 최고 행정기구 ‘의정부’가 있던 자리가 서울시가 유적을 확인한 지 7년 만에 국가지정 문화재(사적)가 된다.
‘의정부의 터’(의정부지, 議政府址)는 지금의 광화문광장~세종대로인 옛 육조거리에 있던 주요 관청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흔적이다. 서울시는 2013년 8월에 의정부의 유구와 유물을 처음 확인한 뒤 2016년 8월부터 본격적인 발굴 조사를 벌였다.
서울시는 의정부 주요건물 3채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하고, 문화재청에 ‘의정부지 국가 사적 지정’을 신청한 결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20일 문화재에 지정예고된다고 밝혔다.
문화재 지정구역은 종로구 세종로 76-14번지 일대 1만1300㎡(국유지 4836.9㎡, 시유지 6463.1㎡)다. 30일간의 의견수렴, 문화재위원회 2차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된다.
시는 지난 4년간의 발굴 조사 내용을 첫 공개했다. 그간 사료로만 추정했던 영의정‧좌의정‧우의정의 근무처였던 ‘정본당’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협선당’(종1품‧정2품 근무처)과 ‘석획당’(재상들의 거처)이 나란히 배치된 모양새가 확인됐다. 또 정본당 뒤 후원에 연지(연못)와 정자가 나란히 자리했던 흔적도 발굴됐다.
주요 건물이 나란히 있고 그 뒤로 연못과 정자가 있는 후원이 배치된 건축 양상은 의정부를 비롯해 조선시대 주요 관청 건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시는 설명했다. 1865년 고종이 직접 쓴 ‘정본당’ 현판(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은 가로 2m, 세로 1m에 달해 의정부 건물의 규모와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밖에 기와 조각, 도자기(청자‧분청사기‧청화백자) 조각 등 조선시대 유물 760점도 출토됐다.
옛 의정부 터 뿐 아니라 1910년 일제가 의정부 자리에 세운 옛 ‘경기도청사’ 건물 터의 벽돌 기초도 발굴됐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옛 경기도청사는 1960년대까지 정부청사 별관 등으로 쓰이다 1967년 철거됐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근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역사의 층위가 확인된 셈이다.
시는 이번에 발굴한 의정부 터 유구를 현 위치에 온전히 보존‧보호하고, 최소한의 관람 유도시설을 설치해 향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비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한편 옛 육조대로(현 세종대로 일대)에는 의정부를 비롯해 삼군부(군사업무 총괄), 육조(이‧호‧예‧병‧형‧공조)를 위시한 조선의 주요 중앙관청이 자리했다. 조선 초기인 태조 7년에 의정부의 전신인 도평의사사와 삼군부의 전신인 의흥삼군부가 광화문 앞 육조대로 동편(현 종로구 세종로 76-14일대)과 서편(현 정부종합청사)에 각각 자리 잡은 뒤 육조대로의 위용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의정부는 정종 2년인 1400년 처음 설치된 이후 1907년 내각 신설로 폐지될 때까지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이 국왕을 보좌하며 국가정사를 총괄하던 신권(臣權)의 상징이다. 임진왜란 이후 비변사에 그 실권이 넘어가고, 임진왜란 당시 화재로 건물도 훼손돼 그 위상이 떨어졌으나, 흥선대원군 집권 후 왕실권위회복을 위해 1865년 경복궁 중건과 함께 재건됐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거쳐 육조대로 주요 관청터에는 대형 고층건물들이 자리해 역사적 경관은 대부분 훼손됐다. 의정부 터는 1997년부터 서울시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공원)으로 사용해왔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의정부터 사적 지정은 서울시가 오랜 기간 추진해 온 고도 서울의 역사문화경관 회복의 주요 성과”라며 “첫 단계로서 향후 문화재청,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유구를 현 위치에 보존할 계획이며,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도심 속 역사문화유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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