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환자에 검사마저 비협조
하루 신규 확진 300명대로 급증
집회 참가자 수천명 검사 안받아
전공의 파업으로 ‘의료공백’까지
“객관적 진실과 현실이 주관적 인식이 되고, 고도의 개인 맞춤형 정보는 왜곡된 인식을 강화하며….”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가 최근 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새 2000명에 육박하는 8월 대한민국의 현실도 이렇다. 21일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300명을 넘어서고, 제주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모두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정도로 코로나 방역은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올 초까지만해도 ‘방역 모범국’이라고 칭송받던 대한민국이 가짜뉴스와 조직적 저항이 교묘하게 얽히고 설키고, 여기에 진영논리까지 가세하면서 난장판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인턴·레지던트 등 1만명은 21일부터 무기 파업에 들어간다. 20년만의 일이다. 현재의 방역 시스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련기사 3·8·18면
방역 시스템의 한계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 8월 7일부터 20일까지 2주간 신규 확진자는 1847명이다. 이 중 68%에 해당하는 1257명은 지역에서 집단으로 발병했고, 9.6%에 해당하는 177명은 해외유입이었다. 이어서 7.6%인 141명은 선행확진자와 접촉해 감염됐고, 9명은 요양병원 관련 확진자였다. 반면 14.7%에 해당하는 272명은 아직까지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19일에서 20일 사이에만 이런 깜깜이 환자가 52명이나 늘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와 관련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면 역학조사가 늦어지고 환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과도할 정도로 예방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보다 강도 높은 대책으로 신규 확진자를 50명 밑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깜깜이 환자와 함께 현재의 방역 시스템에 뇌관이 되고 있는 것은 ‘숨은 감염자’들이다. 광복절 집회자 9500여명 중 서울을 제외해도 1000여명, 서울을 포함하면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은 감염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체 관계자는 “사내에도 광복절 집회 참가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기업도 숨은 감염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나라 전체로 보면 얼마나 심각하겠냐”고 말했다.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방역 시스템’을 오작동시키는 독소들이 많다는 점이다.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무조건 양성으로 나온다” “보건소에선 양성, 인근 병원에선 음성” 같은 가짜뉴스가 진실로 둔갑하고, 이에 대한 확증편향은 조직적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이날부터 전공의를 시작으로 무기파업에 들어간다. 인턴·레지던트 등이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20년 만이다.
전공의들의 순차파업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힘겨루기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하루에만 수백명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와중에 의료 공백이라는 위험성까지 커진 셈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응급 수술을 제외한 나머지는 스케줄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마취과 전공의 부재에 따라 30여개 수술방 운영을 일부 감축하면 수술 역시 30∼40%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재기의 기지개를 켜려던 자영업자들이 깊은 시름에 빠져드는 등 코로나에 휘청이는 경제도 방역 시스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서울의 한 카페 사장은 “이번주만 해도 일주일 내내 대관 예약이 잡혀 있었는데, 확진자가 늘면서 9월 초까지 잡혀 있던 행사까지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다른 음식점 사장 A씨는 “지난 주만 해도 점심시간 매출이 20만∼30만원정도 나왔는데 오늘 점심에는 5만원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방역 시스템’을 둘러싸고 꼬이기만 한 실타래는 진영논리와 만나 더 복잡해져만 가고 있다. 광복절 집회를 놓고 ‘니탓 네탓’ 공방이 ‘코로나 대유행’의 문턱에까지 온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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