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부족 호사다마(美中不足 好事多魔)’. ‘훌륭해도 부족한 점이 있고, 좋은 일엔 탈도 많다’란 뜻의 고어다. 중국 청나라 때 조설근의 홍루몽에 나온 말로, ‘호사다마’의 어원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투자업계에선 사모펀드 광풍이 불었다. 규제 완화 전인 2014년 말엔 86개에 불과했던 전문사모운용사는 올해 초 225개까지 급증했다. 공모펀드 업계에선 “좀 쓸만한 사람들은 다 사모로 빠진다”고 토로했다. 라임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자금도 인력도 빨아들이며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요즘 일선 PB는 “고객에게 ‘사모’의 ‘사’자만 꺼내도 ‘사기꾼’ 취급받는다”고 한다. 투자 권유가 아닌 투자 설명조차도 고객 분노로 돌아온다. 다마(多魔)를 경계하지 않은 채 호사(好事)에만 취했던 결과다.
주식투자 광풍이다. 증권업계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를 ‘개미’라 별칭하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주역 중 주역은 2030세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고객 중 절반 이상(52.5%)이 2030세대였고, KB증권도 신규개설 절반 이상이 2030세대 몫이었다.
국내뿐 아니다. 한국의 동학개미와 비견되는 게 미국 ‘로빈후드’다. 2013년 출범한 로빈후드의 전체 계정 1000여만개 중 올해 생긴 계정이 300만개에 이른다. 평균 사용자 나이는 31세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2030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미래고객 유치 차원에서 2030세대의 진입은 유례없는 ‘호사’다. 아직은.
‘호사’가 있다면, 분명 ‘다마’도 있을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밀레니얼 세대와 86세대의 금융행동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중 고위험 투자상품인 선물 옵션·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21.3%다. 기성세대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보고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 및 금융투자 경험이 낮으면서도 고위험 투자에 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비트코인 광풍을 체험한 2030은 어지간한 손실엔 둔감하다. 특별한 분석 없이 특정 종목에 ‘몰빵’하고, 단 몇 분 만에 수백만원 날리는 순간을 유튜버는 생중계한다. 그걸 보고 따라서 투자한다. 이미 2030세대에선 어지간한 애널리스트보다 이 유튜버가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
본래 2030은 태생적으로 더 과감하며 고위험을 즐긴다. 2030세대가 투자 주역으로 들어온다면, 전체적인 투자문화가 한층 공격적이며 고위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수순이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 ‘빚투’가 1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제 16조원을 넘어섰다.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최초다. 2030세대 투자자가 급증한 환경과도 무관할 리 없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도 아직 시장은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마(魔)’는 홀로 오지 않는다. ‘다마(多魔)’다. 주가가 흔들리고 투심이 악화되면, 평가가치 하락에 빚 이자까지 떠안아야 한다. 반대매매가 속출하고 주가는 더 추락한다. 최악일지언정,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빚투까지 둔감해지는 건, 분명 호사에만 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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