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노딜, 하도급 업체 폐업 이어져
고용유지지원금, 폐업 시 회수 안 돼 '유명무실'
영세 하도급 업체 특별고용유지업종 지정도 안 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까지 '노딜(인수무산)'로 끝나면서 정리해고의 칼날이 협력업체까지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인력 감축까지 겹치면서 항공 조업사들이 해고한 인원이 이미 2000명을 넘어섰다.
아시아나항공의 M&A 실패 후폭풍이 결국 협력업체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8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에어케이터링서비스(ACS)의 폐업과 직원 196명 전원 해고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ACS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제조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도급계약을 한 업체로, 기내식을 운반하고 항공기 내에 탑재하는 작업을 맡은 곳이다. 지난달 26일 아시아나항공 하도급 업체 중 처음으로 폐업했다.
ACS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자 지난 6개월 동안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고 직원들이 매월 30%의 임금을 반납해 사업을 이어왔다. 그런데 정부가 2개월 지원 연장을 발표했는데도 회사 측이 돌연 폐업을 선언하고 전 직원에 해고를 통보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노딜로 끝난 것이 갑작스러운 폐업의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M&A 실패로 자금난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아시아나항공이 협력업체인 GGK에 비용절감을 요구하고, GGK가 다시 하도급 업체인 ACS에 위장 폐업을 통한 인력 감축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항공사 M&A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관련 항공 조업사가 폐업하고 전 직원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상조업사 이스타포트 역시 지난 4월 돌연 모기업인 이스타항공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 300여명의 직원도 실직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인수계약을 한 제주항공이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 및 인력 감축과 함께 요구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항공조업사의 인력 감축 규모가 2000여명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조건으로 내건 고용유지 의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인건비가 아닌 다른 경영환경 악화를 이유로 위장 폐업을 하고 고용유지 의무를 회피해도 제도적으로 막을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은 한 달 전에 유지한 고용인력에 대해 지원하는 것으로, 이후에 폐업 등으로 해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이미 지급된 지원금을 회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폐업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경영위기에 처한 항공조업사들 역시 인력 감축에 나섰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4월 국제선 대부분이 운항이 중단되자 기내식사업부 관련 협력업체가 1800여명의 직원 중 1000여명을 권고사직했다.
아시아나항공기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아시아나KO는 지난 5월 370여명 직원 중 200여명에 대해 무기한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해고"라며 무급휴직을 거부한 8명은 정리해고됐다.
각 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 등에 인력을 제공하는 파견업체 EK맨파워 역시 26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항공업계의 경우 도급 체계가 2, 3차로 세분돼 있고 인력 파견업체 등은 항공기취급업으로 돼 있지 않아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곳을 세세히 살펴 지원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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