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징벌적 손배 입법예고
기업들 하루아침에 협박대상 전락
소송문화 왜곡돼 국내 투자 위축
언론 사회적 자정기능 위축 우려도
규제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대한민국 기업들이 하루 아침에 ‘협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입법예고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공정경제 3법’으로 포장된 규제 법안들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기업들에 이번엔 기업들을 규제라는 이름의 ‘단두대’에 세운 것이다.
기업들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모두 기업의 존립을 뒤흔들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연은 다르지만, 기업을 향한 왜곡된 소송문화를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관련기사 3·4·6·22면
우선 투자 재원은 막대한 소송 방어 비용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외국인들은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될 확률이 높다. 미국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의 가장 우려하는 항목으로 집단소송제를 꼽고 있다.
법안의 발원지인 미국에서 이는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변호사들이 인센티브를 노리고 소송을 부추겨 기업들의 법률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 또 기업들은 피소만으로도 기업 이미지 하락과 영업활동에 회복 불능한 손해를 입는 처지로 전락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유럽연합(EU)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와 권고안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999~2004년 미국 의약업계는 집단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250억달러를 지출한 반면 연구개발비로는 오직 190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회사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소송제도 중 집단소송제가 투자결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항목으로 꼽혔다.
미국은 이 때문에 2005년 소송지 쇼핑(변호사들이 소비자의 피해구제보다 가장 큰돈을 벌 수 있는 주 법원을 찾아다니는 현상)을 제한하는 ‘집단공정소송법’을 미국 상원, 하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집단소송제를 전면 확대하면 소송 남발 부작용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며 “기업에 미칠 파급력이나 부작용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정부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기업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고 논의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위헌 소지 또한 다분하다. 정부의 과징금 부과와 형법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중처벌의 위헌소지까지도 지닌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갈등을 사전 예방하는 순기능이 아닌, 사회적 손실을 확대하는 역기능의 작용 또한 확실시 된다.
이와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언론이 가진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자정기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온다. 또 다른 언론 통제의 형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소송에 대한 정치·사회적 자정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채 법안이 도입된다면 결국 기업을 향항 또 다른 협박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기업의 애로점을 대변하는 발언만 해도 비난을 받을 정도로 반기업정서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을 단두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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