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 예정인 필기시험에 3200여명 지원

의료계 “국시 보겠다는 의미, 해결 방안 모색해달라”

정부 “형평성 차원에서 불가”…국민 52% ‘반대’

지난 8일 김영훈 고대의료원장 등 4대 의료원장이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지난 8일 김영훈 고대의료원장 등 4대 의료원장이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의사 국가고시(이하 국시) 실기시험을 치르지 않은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내년 초 시행 예정인 필기시험에 응시 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들이 국시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정부에게 전향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 입장은 ‘재응시 불가’에서 변한 것이 없고 국민 대다수도 의대생 구제에 ‘반대’하고 있어 재응시 기회 부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따르면 13일 마감된 의사 국시 필기시험 응시자는 319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시 실기시험 응시대상자인 3172명을 넘어선 것이다. 의사 국가고시는 실기와 필기로 나뉘는데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은 먼저 실기시험을 치르고 난 뒤 필기시험을 치른다. 각각 별개 시험으로 시행되는데 두 시험 모두 합격해야만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그동안 의사국시 재응시 문제와 관련해 침묵을 유지하던 의대생들이 필기시험 원서를 접수한 것은 사실상 의사국시에 응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더구나 의료계 단체장들까지 나서 의대생들의 국시 응시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지난 8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서울대병원장 등 4대 의료원장이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의료원장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국시 응시에 대한 의사를 표명한다”는 성명서만 냈을 뿐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의대생들이 적극적으로 의사 국시 응시 의사를 표명한 만큼 국시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8일부터 시작된 실기시험의 경우 응시대상자 3172명의 14%인 436명만 접수한 상태에서 지난 신청 기한이 마감됐다. 필기시험 접수는 이달 6일부터 접수를 시작해 13일 마감됐다. 앞서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반발해 의사 국시를 거부했다. 이들은 지난 9월 초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여당이 문제가 된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후에도 국시 거부 의사를 철회하지 않다가 같은 달 24일 국시에 응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재응시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여러 차례 의대생에게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해 왔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1년에 수백개씩 치르고 있는 국가시험 중 어느 한 시험만 예외적으로, 그것도 사유가 응시자의 요구에 의해 거부된 뒤 재응시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뜻도 이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