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 기대감 고조되는 시점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 불가피

자동차업계도 노조 리스크 봉착

글로벌 가치사슬 한국 배제 우려

조선, 10월 글로벌수주 1위 기회

노조 비현실적 요구 ‘찬물’ 끼얹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이날 한국GM 노조 소속 전반조 근로자들이 4시간 동안 파업을 했고 후반조 근로자도 4시간 동안 파업을 한다(위쪽). 지난 9일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지역 전조합원 7시간파업을 진행했다.[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대우조선해양 노조 제공]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이날 한국GM 노조 소속 전반조 근로자들이 4시간 동안 파업을 했고 후반조 근로자도 4시간 동안 파업을 한다(위쪽). 지난 9일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지역 전조합원 7시간파업을 진행했다.[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대우조선해양 노조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보호 무역주의 암운이 거치자 ‘강성 노조 리스크’가 국내 제조업을 덮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와 철강, 조선업계가 노조의 파업을 빌미로한 몽니에 신음하고 있다. 202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강성 노조 집행부가 연임되는 등 각 제조업 강성 노조가 투쟁 강도를 높이면서 생산차질 우려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수출 시장에 청신호가 켜진 절호의 기회를 노조가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 찾아온 기회…자동차노조는 이익 챙기기=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자동차 업계는 관세 장벽과 미국의 일방적인 자국 보호 기조가 완화될 것을 기대해 왔지만, 예상치 못한 노조 리스크의 난관에 봉착했다. 각사 노조는 여전히 불황기를 지나고 있는 업계 여건을 외면한 채 비현실적인 요구로 일관하고 있다. 상반기 생산 차질 등으로 인한 소득을 보전해야 한다며 사측에 보상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강성노조가 다시 주도권을 쥔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7만 1687원(4.69%) 인상과 코로나19 극복 위로금 700만원 일시 지급 ▷발전기금 12억원 출연을 사측에 요구하고있다. 한국 지엠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에 더해 2000만원 가량의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3분기 1조 2592억원의 품질비용을 실적에 반영한 것에 대해 “빅배스로 최대 경영 성과를 적자로 돌리고 조합원들의 보상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며 경영진을 비난하고 있다.

노조의 이같은 비현실적 요구는 궁극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퇴출을 가속화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급변하는 자동차 업계의 변화 속에서 이뤄지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구도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한국지엠은 부평공장에 대한 2100억원 규모 투자 보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한국지엠은 부평1공장에 ‘C-CUV 파생모델’을 투입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안했지만 부분파업이 이어지자 투자 보류 결정을 내렸다. 투자 보류를 한국지엠이 발표했지만 사실상 GM 본사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르노그룹 역시 지난 9월 유럽 수출이 결정된 소형 SUV XM3의 배정 물량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현대제철 노조는 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외에 노동 지원 격려금 500만원, 교대수당 인상, 생활안전지원금 300%를 요구하고 있다. 그외 통상임금 미래분 합의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살아나던 기대감에 찬물…해고자 복직두고 2년째 노사협상 평행선=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극도의 수주 절벽에 신음하던 조선업계는 노조와의 임단협에 속도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의 출범으로 글로벌 교역량 회복이 기대되는 중차대한 시점에 노조의 발목에 당장 내년 경영계획 조차 수립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가운데 3분의2 이상을 국내 조선3사가 수주하며 중국을 크게 제치고 1위에 오른 호기에 노조가 찬 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조선 3사 중 삼성중공업을 제외하고 2개사가 아직 임단협을 마무리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30차례 넘는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5.47% 인상과 정년 연장 등과 함께 매각 철회까지 요구하는 등 비현실적인 요구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9일 4시간 기습 파업, 지난 9일 7시간 파업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5월 2019년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1년 6개월 간 70여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음에도 노사는 끝내 매듭을 짓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임금협상의 결론 없이 2020년 올해 임단협 교섭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싸늘해진 노조원들의 분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회사 법인분할 추진과정에서 빚어진 폭력행위 해고자 4명의 복직, 불법행위 조합원 1415명에 대한 징계 철회,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 중단 등의 논외의 요구 만을 외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미래 테크 시대의 거대한 변화가 한층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도 한국 노조는 강성화되고 정치화됐을 뿐만 아니라 파업을 일상적으로 연례행사처럼 하는 구습을 벗지 못하고 있다”라며 “제조업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상황에서 지금은 노사가 함께 미래 준비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원호연·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