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의 당선 직후 전해진 화이자사의 백신 개발 낭보는 코로나19 발생 후 쉼 없이 달려 온 국제금융시장의 새 분기점이 되는 모습이다. 백신 자체는 경제 활동의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단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줄곧 완화적이었던 통화정책엔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백신 소식이 전해진 이후 뉴욕 증시는 대체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른바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은 떨어지고 가치주가 다수 포진된 다우지수와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이 오르는 등 이전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당선 후 경기부양책 규모 확대 기대감으로 나타난 달러의 약세 역시 백신으로 하단을 지지를 받는 모양새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완화기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단 우려와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으로 강세를 보인 중화권 통화의 메리트가 희석될 수 있단 전망 등이 반영됐다. 바이든 당선 후 오르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백신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어느덧 1% 선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전체적으로 백신이 시장의 분위기를 전환, 새로운 ‘머니 무브’의 원동력이 되고 있단 분석이다. 호베루스 캄포스 네토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백신 뉴스가 향후 경제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관망해야 하지만, 분명히 백신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백신 소식은 세계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는 가치주 및 경기순환주로의 추가 로테이션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이자 백신이 조기 상용화될 경우 현재 시장이 반응하는 것처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더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연준으로서도 기존의 돈풀기 정책 기조를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수정해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단 관측이다.
코로나19 이후 단 몇 달 만에 3조달러 가량의 엄청난 달러를 공급한 연준으로선 실물경제와 자신시장과의 괴리, 계층간 심화된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감안해 유동성 조절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의 충격을 고려, 연준이 급격한 노선 변화는 취하지 않을 것이란게 중론이지만 연준이 더 이상 퍼주기식 통화정책은 지속하지 않을 거란 입장이 확인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연준은 유동성이 키운 자산 가격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고, 경기 회복이 미진하거나 바이러스 억제 속도가 더딜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 심리가 빠르게 변할 수 있다”며 “향후 몇달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게 충격이 악화될 경우 주요 시장에서의 자산 가격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 보고서를 통해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가 지속 확대되고 있고, 생명보험사들의 부채 수준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백신의 보급 시점이 아직 확정적이지 않은 가운데 경기 부양책 시행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연준이 기존의 스탠스를 쉽게 바꾸진 못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영국의 자산운용사인 인터미디어트캐피탈 그룹의 닉 브룩스 경제·투자연구 대표는 “불행히도 팬데믹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화이자의 개발은 대단하지만, 시장이 보는 것처럼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관련 소식이 경제가 위험에서 벗어나며, 지속적인 정책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며 “자산 매입은 잘 도입되어 있고, 필요한 경우 무엇을 더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는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백신 기대 속 미달러의 지지력이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하고 있으나 상단에서의 대기 매물들은 환율의 반등 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환율 반등을 이끈 백신 기대와 미 국채금리 상승, 미달러 반등 흐름이 본격화되기엔 아직 시기상조란 인식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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