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출실적 매주 점검
기업대출 확대 조건 바젤Ⅲ 도입
일부 은행 목표치에 미달한 상태
은행권, “가계대출 폭증 때문”
당국, “엄살…연말까지 맞춰야”
은행들이 연말을 기준으로 ‘생산적 금융’ 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목표치 맞추기에 비상이 걸렸다.
6개월 전 금융당국과 바젤Ⅲ 자본규제를 일찍 도입키로하면서 합의했던 약속을 못지킬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폭증한 탓”이라고 항변하나, 당국은 바젤III조기 도입 취소를 언급하며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말까지 바젤Ⅲ 최종안을 이미 도입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주 단위로 기업대출 증가실적을 보고받기로 했다. 현재 주요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 등 11개 은행이 ‘바젤III’를 조기도입한 상태다.
이미 가계대출 속도조절을 주문한 당국이, 기업대출까지 들여다보기로 한 배경은 바젤Ⅲ 조기 도입과 함께 했던 은행들의 약속 때문이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가 권고한 신용리스크 산출방식 개편방안이다. 은행이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와 일부 기업대출의 부도시 손실률을 낮춰서 반영하는 걸 골자로 한다. 이렇게 하면 은행은 자본여력이 보강돼, 기업에 자금을 댈 여력이 커진다.
당초 금융당국은 2022년 초부터 바젤III를 도입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은행의 대출여력 확보차원에서 바젤III 조기도입을 결정했다.
자본비율 상승 효과를 기대한 은행과 금융지주들도 적극적이었다. 다만 은행들은 바젤Ⅲ를 조기 적용하는 조건으로 보강된 자본여력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기로 금융당국과 합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여력이 생기면 그만큼의 자금을 어려운 상황 특히 ‘생산금융’ 가운데서도 기업대출을 조금 더 늘린다는 은행들과의 약속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약속’은 분기별 신규·대환·연장·재연장 여신 총액 가운데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몫을 일정 수준 이상 맞추는 것이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은 57% 수준, 농협은행은 51% 정도로 전해진다.
하지만 바젤Ⅲ를 도입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인데도, 목표치에 미달한 은행들이 적지 않다. 특히 2곳 은행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철저하게 목표치를 맞추려고 해왔고 일부 은행은 좀 느슨하게 관리했다”고 귀띔했다.
은행들은 올해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업대출도 크게 늘렸다. 하지만 10~11월 예상치 못한 신용대출 ‘막차수요’가 몰리며 비율 관리에 애를 먹었다고 항변한다. 금융권이 내준 가계대출금은 지난달에만 18조원을 웃돈다. 월별 기준 사상 최대 증가치였다. 기업대출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진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창구로 공동대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불편한 시각이다. 이제와서 은행들이 신용대출 폭증 때문에 기업대출 등 생산 금융 지원이 어려웠다는 얘기는 말이 되지 않고, 애초 은행들의 목표치 제시도 은행들이 제출한 기준 상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목표치가 설정됐기에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은행은 바젤Ⅲ 조기도입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여신정책을 목표치에 맞춰 운용할 시간은 있었다. 어떻게든 맞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사실상 가계대출을 ‘개점 휴업’ 수준으로 줄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은행은 중소기업 대상으로 여신심사 기준을 완화해 기업대출도 늘릴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중소기업 대출 문턱 낮췄다. 연말까지 기업금융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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