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공판절차 정지 검토”

피고인 일방적 불리…활용 어려워

법원이 서울동부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구속 피고인 재판이 어려워지자 일부 수감자들에 대한 구속기간 정지 검토에 나섰다. 흉악범 등 재범 위험이 있는 피고인을 풀어줄 경우 사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행정처는 각 재판부에 ‘구치소 내 코로나집단감염에 따른 업무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일선 법원에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행정처는 각급 법원 또는 재판부가 구치소 내 코로나19 감염을 고려해 재판에 나설 수 없는 피고인은 형사소송법 306조의 ‘공판절차 정지’ 등을 적극 검토하라고 했다. 공판절차 정지란 피고인의 정신장애 또는 질병 등으로 인해 재판을 받기가 불가능할 때 검사와 변호사, 의사 등의 의견을 들어 공판을 잠시 멈추는 제도다. 공판절차가 정지 기간은 구속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1심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법원행정처는 반드시 구속이 필요한 중대·흉악범죄자에 대해 교정당국과 협의해 구치소에 수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특히 강간·살인 등의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재판이 미뤄지고 구속기간은 만료됐다고 마냥 풀어줄 수도 없어 걱정”이라며 “구치소내 집단 감염병이 전례가 없는 만큼 현재 상황에 공판절차 정지 등을 활용할 수 있는지 형사부 판사들끼리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판절차 정지가 피고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인 만큼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현 상태에서는 흉악범들을 위주로 집중심리라도 진행해 빨리 선고를 하는 수 밖에 없다”며 “수감자들로서는 법무부의 실수로 코로나가 확산된 것도 억울한데 자신의 구속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천재지변이나 감염병 창궐로 재판을 열 수 없는 경우 구속 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전개되어야”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11일 오후 6시 기준 서울구치소 직원 1명이 추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전국 교정시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1226명이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