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물결이 꽃 주위에서 춤추었지만/반짝이는 물결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그 광경이/얼마나 값진 것을 내게 주었는지 나는/미쳐 몰랐었다.’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 ‘수선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식물과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과 평온함을 종종 느끼고 또 찾는다. 정신과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정원의 쓸모’(윌북)에서 이런 효과를 개인에 국한하거나 감정적 차원을 넘어 과학적으로 입증해냈다. 유명 정원디자이너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처음으로 식물을 가꾸게 된 저자는 30년 경험과 의학적·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과 정원의 마음치유 기능을 밝혀간다.
식물이 마음을 치유하는 메커니즘은 이렇다. 손과 몸으로 일하면서 몰입하는 순간, 전전두엽 피질 활동이 둔화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덜 감시하는데, 우울증과 불안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과거에 집착하거나 과도한 자기검열에서 벗어나게 해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정원 가꾸기는 야외활동과 몰입활동이 결합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식물, 땅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 우리의 마음을 천천히 치유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정원은 파괴가 허락된 공간이다.잡초를 뽑고 가지를 치고 땅을 파헤치는 파괴적인 행위가 일어나지만 이는 성장을 위한 일들이다. 또한 정원은 환상을 충족시킨다. 세상과의 적당한 거리와 식물들이 햇빛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오묘한 모습은 우리를 딴 세상으로 이끈다. 특히 무언가를 자라나게 하는 경험은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정원은 인간의 본성인 안전감과도 관련이 있다. 인간은 남을 관찰할 수 있되 자신은 노출되지 않는 곳을 안전하다고 여기며 숨을 곳을 찾는다.
저자가 말하는 정원은 거창하지 않다. 도시 속에서 자연을 가져올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면 된다. 저자는 공공재로서의 정원에도 주목한다. 낮은 소득에 따른 정신 건강의 불평등을 녹색공간의 접근을 넗힘으로써 최대 4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도시 속 정원이 계급 갈등을 줄이고 통합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전쟁 트라우마를 원예활동으로 회복한 할아버지 이야기를 비롯, 교도소에서 식물을 가꾼 수감자들의 재범률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비행 청소년들이 식물을 키우면서 폭력성을 줄이고 자신감을 얻은 과정 등 우울, 공황, 트라우마, 불안 같은 심리적 문제를 겪는 이들이 어떻게 삶을 변화시켰는지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정원의 쓸모/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 고정아 옮김/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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