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땅 투기 의혹에 국민들 공분
LH ‘블라인드’에 막말 올라온 데 이어
국토부 노조는 1차 조사 끝나자마자
“무분별한 의혹 제기 지양해달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촉발된 공직자 및 공기업 직원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LH 소속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국민을 조롱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정부합동조사단이 국토교통부 직원 중에선 투기의심 거래 사례가 없었다는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국토부 노동조합이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지양해달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해 공분이 커지는 분위기다.
국토부 노조는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발표 이튿날인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에 근무하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으로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으며 이들은 모두 LH 직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최병욱 국토부 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각종 의혹과 질타로 인해 국토부 직원들은 한편으로 경각심을 갖기도 했지만 사기도 많이 저하됐다”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지양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도·도로·항공 등은 국민 생활안전과 직결된 분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경우 국민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국토부 노조는 LH 임직원 토지 투기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도 했으나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투기의심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다가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해명식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차 조사는 국토부와 LH 직원 본인을 대상으로만 진행됐으며 직접 거래 내역만 확인해 차명거래나 법인을 통한 거래를 잡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기가 떨어지면 일을 못 해버릴 것이라고 땡깡 놓는 것도 아니고 협박하는 것이냐. 말을 그렇게밖에 못하느냐” “친인척을 다 확인해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다. 차명거래까지 조사하라”며 불쾌함을 내보였다.
LH발 투기 의혹으로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국토부 노조의 이번 기자회견도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서도 직장인 익명 소통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올린 조롱조의 글이 온라인 상에 퍼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블라인드에 게재된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글쓴이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라며 “차명으로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것이냐”고 썼다. 이어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라며 “꼬우면(아니꼬우면) 니들도(너희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히 혐오스러움)”이라고도 했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과 글 작성이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밖에 “너무 억울하다. 왜 우리한테만 지랄하는지 모르겠다” “LH 직원이라고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요”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LH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하다”면서도 “현직 외에도 파면·해임·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된다. 해당 게시자가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블라인드 글과 관련해 “참으로 온당치 않은 행태”라며 “책임을 묻고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한 방법으로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관련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