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발표한 3개년 180조투자 마무리해야

반도체 패권경쟁 속 굵직한 결정 현안 산더미

AI·5G·바이오 신사업 추가 투자방향 잃어

19조 투자 美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속도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6월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사업장을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6월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사업장을 살펴보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경영시계가 다시 한 번 멈추면서 삼성의 신수종 사업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2018년 8월 발표한 180조원의 투자 계획의 기한이 불과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중장기 로드맵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2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관한 첫 재판이 오는 22일 열리는 가운데 경제계를 중심으로 사면 요청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반도체 패권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반도체 투자, 신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은 2018년 8월 3년간 18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지속하는데 이어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꼽고 약 25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후 평택에 공장 3개를 더 짓는 등 세부적인 투자 계획이 나왔고,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를 넘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를 것이란 목표도 제시했다.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나 올해 1월 다시 구속되기까지 이 부회장은 삼성의 중장기 로드맵을 짜는데 박차를 가했다.

특히 삼성이 2019년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목표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후발주자인 삼성이 대만 TSMC의 벽을 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선전포고였다.

당시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 신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경영인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더 키우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능숙하지만, 아예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키우기 위해 굵직한 베팅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된 사이 글로벌 반도체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TSMC는 삼성의 3배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단행하면서 삼성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이에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키우고 투자 시점을 당겨야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 계획을 수정하는 결단은 오너만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올 초부터 오스틴에 약 19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방정부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지속 등 현재의 상황을 보면 인센티브 규모보다는 투자시기를 앞당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자신의 성과 등의 영향으로 더 좋은 조건의 계약에 더 힘쓸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관점을 갖고 다양한 카드를 꺼내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2010년 의료기기·LED·바이오·자동차용 전지·태양전지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2020년까지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발표한 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당시 굵직한 M&A로 신기술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 하만 인수 이후 ‘빅딜’은 없는 상황이다. 김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