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 1478명 온라인 설문
58.2% ‘만성적 우울’ 상태…21.2%만 ‘세상, 공정’ 응답
‘정당부패’에 대한 울분이 3년 사이 5→1위
코로나로 일자리·임금 변화 클수록 울분도↑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한국인의 58.2%는 만성적으로 울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년 사이 사회·정치적 사안에서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로 느끼는 울분이 급증했다.
21일 서울대 ‘울분 연구팀’(총괄 유명순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학과 교수)이 지난 2월 24~26일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1478명을 대상으로 웹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2021 한국 사회의 울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만성적 울분을 느끼는 집단은 2018년 10월 54.6%에서 지난해 1월 47.3%로 줄었다가, 올해 2월 58.2%로 증가했다.
울분 없는 상태인 ‘이상없음’, 3년 사이 10% 이상↓
같은 기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의 심한 울분 상태는 14.7→11.9→13.9%로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었으나 지속적으로 울분을 느끼는 집단이 39.9→35.4→44.3%로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앞서 연구팀은 1차로 2018년 10월 11~16일 전국 성인 2024명, 2차로 지난해 1월 21~2월 4일 1200명을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하며 관련 추이를 살펴 왔다.
울분이 없는 상태인 ‘이상없음’은 41.8%로 지난 2018년 10월 52.7%, 지난해 1월 45%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울분의 정도를 나타내는 울분 점수도 평균 1.75점으로 2018년 10월 1.73점, 지난해 1월 1.58점에 비해 높아졌다.
월소득 200만원 이하·주택 미소유, ‘울분 점수’ 높아
개인의 인구 사회와 경제적 조건 중 울분의 크기에 통계적인 유의성을 보인 것은 ‘소득 수준’과 ‘주택소유 여부’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소득 수준은 응답 분포를 고려, 최대한 균등 분포하게 4개 집단으로 구분한 뒤 울분 점수를 비교했으며, 그 결과 월소득 200만원 이하 집단에서 가장 높고(1.92점), 분율 기준 ‘이상없음’(정상)의 분율(32.4%)은 가장 낮았다.
마찬가지로 주택 소유 여부로 나눌 경우,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집단의 울분 점수(1.86점)는 주택 소유 집단(1.7점)보다 높고, 분율 기준 ‘심한 울분’ 분율이 16.9%로 주택 소유 집단 중 심각한 울분(12.5%)보다 높았다.
특히 지난 3년 사이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에 대한 울분 점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8년 10월 조사에서 사회정치적 사안 중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에 대한 울분은 5위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1월 3위, 올해 2월에는 1위로 상승했다. 반면 지난 두 차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직장·학교 내 따돌림, 괴롭힘, 차별, 착취’는 5위로 하락했다.
여성과 남성이 울분을 느끼는 사회정치적 사안에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여성들은 ‘안전관리·부실로 초래된 의료·환경·사회 참사’에 느끼는 울분 점수가 3.49점으로 남성(3.32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울러 여성이 ‘사회적 소수자·성 차별과 혐오’에 느끼는 울분(2.96점)이 남성(2.75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남성(3.25점)이 여성(3.05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울분을 더 많이 느끼는 유일한 항목은 ‘병역의무 위반’(기피·비리)이었다.
“특정 개인·집단, 방역 방해해도 법망 피할 때 울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울분을 느낀다’고 한 응답자의 41.7%였다. 이에 따른 울분 점수는 평균 3.22점으로 집계됐다. ▷특정 개인·집단이 방역을 방해했는데도 법망을 피하거나 미흡한 처벌을 받는다고 느낄 때(3.47점) ▷사회 지도층의 언행이 거리두기 원칙을 위배한다고 느낄 때(3.44점) ▷특정 개인·집단이 역학조사 등에서 정의에 어긋나게 행동한다고 느낄 때(3.44점) 평균을 상회하는 큰 울분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일과 생활 전반에서 느끼는 울분에 영향을 미쳤다. 조사 결과 전체 10.4%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3.2%는 무급휴가 상태라고 답했다. 일자리는 유지했으나 임금이 감소한 이들이 26.1%, 일자리와 임금 모두 유지한 이들은 41.8%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는 유지했으나 무급 휴가 중인 집단에서는 만성적 울분을 느끼는 비율이 80.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직한 집단에서는 72.1%가 만성적 울분을 느꼈는데, 이 중 27.9%는 심한 울분을 느꼈다. 반면 일자리·임금에 변화가 없는 집단에서 만성적 울분을 느끼는 비율이 51.5%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가정폭력을 한번이라도 경험한 집단 중 77.1%가 만성적 울분을 느끼는 반면 가정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집단에서는 49.9%가 만성적 울분을 느꼈다. 울분 점수도 가정 폭력을 경험한 집단에서 2.07점으로 그렇지 않은 집단(1.61점)보다 높았다.
20대 10명 중 8명, “세상은 공정하다”에 동의 안해
‘공정 세계 신념’ 즉, ‘자신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에서 세상은 공정한가’에 대한 7개 문항 중 ‘세상은 기본적으로 공정하다’에는 응답자의 21.2%만이 동의했다. 반면 46.8%는 ‘나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은 대개 공정하게 이뤄진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런 공정함에 대한 신념은 연령 ·소득 수준에 따라서 매우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섷명했다. 연령에서는 20대가, 소득에서는 월 200만원 이하가 공정 세계 신념 수준에 대한 수준이 가장 낮았다.
20대의 경우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고 믿는다’에 연령대 중 가장 많은 83.6%가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20대의 65.9%는 각각 ‘결국에는 사람들은 불공정한 일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와 ‘정의는 언제나 불의를 이긴다고 확신한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대해 연구를 총괄한 유 교수는 “울분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정의에 크게 어긋나고 부당한 일로 고충과 고통을 겪고 이로 인해 세상의 공정함에 대한 기본 믿음이 크게 훼손되면서 경험하는 감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2018년부터 계속된 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성적 울분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경고를 실증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분의 부정적 건강 영향이 계속 확인되는 만큼,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위한 긍정, 인정, 공정의 역량을 키워 울분을 줄이고 예방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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