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퇴치 10억달러대 기부

게이츠 “무분별 백신 안전 우려”

화상회의 이후 ‘소통 유지’ 합의

미국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캐서린 타이(사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면제 요구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의견도 수렴했다. 게이츠는 면제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백신 제조사를 연쇄 접촉해온 타이 대표가 지재권 면제와 관련 어떤 결론을 내리고 이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권고할지 주목된다.

USTR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타이 대표가 코로나19 백신 생산 증대, 백신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지식재산권협정(TRIPS)의 특정 조항 면제를 놓고 게이츠와 전날 화상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신 관련 지재권 규정 적용을 일시 면제해달라고 WTO에 제안했고, 여러 국가가 지지 의사를 표하고 있다.

USTR는 “타이 대표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최우선순위는 생명을 살리고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조율된 글로벌 대응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USTR가 낸 자료의 문구만 보면 타이 대표의 의중은 백신 지재권 면제 쪽에 기운 걸로 분석된다. USTR는 타이 대표와 게이츠가 열린 의사소통을 계속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재권 면제에 관해 이견이 있었다는 걸 시사하는 대목이다.

게이츠는 지난 23일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백신 안전 문제는 매우 중요해서 제조사가 특허권을 포기하는 게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문성이 배제된 채 무분별하게 백신이 만들어지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게이츠는 전염병 대처 자선단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코로나19 퇴치에 10억9000만달러 이상 기부해왔다. 아울러 백신·치료제 개발 촉진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만든 이니셔티브 ACT-A로 백신 전도사 이미지를 쌓았는데, 지재권 공유는 꺼리는 셈이다.

타이 대표는 게이츠와 회의를 한 날 노바백스의 부대표 등과도 같은 주제를 논의했다. 지난 26일엔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경영진도 만났다. 이들 제약사도 지재권 일시 면제보단 백신 생산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타이 대표는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약품 접근권에 대한 격차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미 산업계에선 타이 대표가 면제를 지지할 수 있다고 본다.

백악관은 ‘로우키(low-key·절제된)’ 모드다. 젠 사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다양한 방법이 있고, 지금은 지재권 면제가 그 방법의 하나이지만 무엇이 가장 합당한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타이 대표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권고안을 내놓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WTO는 오는 30일 백신 지재권 면제를 놓고 회의를 한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