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난 13일 정부의 ‘K-반도체 전략’ 발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외국 기업이 한 곳 있었다. 바로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을(乙)로 통하는 네덜란드의 ASML이 그 주인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ASML의 국내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ASML은 2025년까지 경기 화성에 2400억원을 투자해 재제조 공장과 트레이닝센터를 포함한 극자외선(EUV)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ASML을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첨단장비 연합기지를 국내에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ASML은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 장비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독점 공급하는 업체다.
대당 1500억원~2000억원에 달하는 EUV 장비가 없으면 첨단 반도체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ASML이 한해에 생산 가능한 EUV 장비는 30대에서 40대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도 이 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ASML이 한국에 재제조 시설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에서 운용중인 EUV 설비의 정비와 업그레이드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ASML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큰 손’들과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ASML EUV 장비의 정밀도를 비유하자면, 지구에서 화살을 쏘고 달에 놓인 사과를 맞추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면서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수록 ASML은 더욱 이슈의 중심에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ASML의 발언권도 강해지고 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온라인 간담회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재제 시도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수출 통제는 경제적 위험을 관리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패권경쟁 전략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ASML을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의 잇따른 한국 시장 투자 확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세계 3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의 램리서치는 경기 용인에 연구개발(R&D) 센터 투자를 결정하고, 오는 2023년 상반기 용인지곡일반산업단지 입주를 준비 중이다. 램리서치는 이곳에 원자레벨 식각기술 R&D센터를 건립하고,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 위한 제조시설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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